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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24호선 도보순례! 일곱째날...,

  • 김형효
  • 조회 3840
  • 2006.11.28 20:57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서 경남 함양군 함양읍으로 접어들면서...,>


지치고 힘든 일정을 소화해내기 위해서 감당해야할 것들이 있다.
그것은 그냥 참는 것이다.
푹 쉬었다.

아침 9시에 베낭을 챙기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청명함에 더하기 운무로 보기 좋았다.
물론 햇살이 비친 것은 아니다.
비가 내리지만 흐릿하다기보다 산 한 켠에 구름이
날개를 편 새 모양을 하고 있을 때를 일컫는 것이다. 

짐을 다챙기고 길을 나섰다.
20분 정도 걷다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엘 갔다.
길에 관한 정보도 얻을 겸 해서다.

인월면은 흥부가 태어난 곳이라는 데 그렇다면 놀부도 인월면에서 태어난 곳 아닌가?
형제에 갈등을 지금까지 이어오는 후손들이 좀 짓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월면 소재지를 떠나 첫째 고갯마루에 오르기 전,
흥부가 태어난 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있었다.
흥부네 식구들도 동상으로 살아 있었다.
이왕이면 흥부와 놀부가 태어난 곳이라고 해놓으면 안될까? 
후손들이 형제의 화해를 위해 신경 좀 쓰면 안되는가?
짧은 생각에 잠기며 사진을 찍었다.
 

곧 영남과 호남의 경계지점이 나왔다.
국도24호선의 영남구간의 시작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에 접어들었다.
팔령이라는 고개를 넘었더니 함양이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아도 운무에 쌓인 산이오.
걸어갈 길을 바라보아도 운무에 쌓인 산이다.
그리고 의좋은 형제처럼 산과 산의 등성이가 만나고
그 아래로는 굴곡진 골짝이 구름을 잠재우고 물길을 내어주고 있었다. 
아래로 흘러간 물은 풍요롭게 마을과 마을을 흘러서 논으로 밭으로 나아가리라.
그리고 멀리 멀리 바다로 흘러가 바다가 되리라.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딛는다.
발목과 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것이다.
팔령 고개를 내려서는데 농투산이 어머니, 아버지가 버스정류장에 있었다.
나는 쉬어갈 겸 함께 자리하고 앉았다.
인월에서 4KM 거리다.
함양읍까지는 10KM 정도 가야한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오늘은 함양읍 오일장이 서는 날이라고 했다.
한 어머니는 고춧가루를 빻기위해 마른고추를 가지고 시장에 간다고 했다.

그 틈에도 누구네 집에 누가 어떻더라!
"그러면 자식이 잘 될 수가 없는데, 왜 그럴까?"
우리네 농투산이 부모님네들이 평소 즐겨쓰는 어법이다.
그리고 실재로도 남 못되게 하면 자식들이 잘되기 힘들다는 사고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권선징악의 의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한 의식이란 생각이다.
우리네 의식 속에 남아있는 권선징악에 대한 의식...,

흥부골 사람들과 가까워서 특별히 더한 것은 아닐테고...,
어른들이 기다리던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났다.
나는 초코파이 맛을 본 후 다시 길을 재촉했다.
빗방울이 조금 굵어져 우산을 펴들었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않아 어제처럼 우산이 뒤집히지는 않았다.
사실 어제는 최악이었다.

시골 농로길에 곡선미에 탄복하고
물빛에 젖은 초겨울 단풍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여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찾아 즐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작년부터 소나무의 아름다움에 반한 사람이다.
사실 네팔에서도 또 한국에서도 소나무 사진을 1,000장은 찍었을 법하다.
우아미에 고아미가 넘치고 그 기품과 리드미컬한 풍모를 보면
그 어떤 음악이나 미술품에서 느끼지 못할 오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지리산 가는 이정표들이 자주 눈에 띈다.
그리고 방역차량도 그런데 변강쇠, 옹녀묘라는이정표를 보고 놀랐다.
춘향에 흥부에 이제 변강쇠에 옹녀까지...,
 
그렇게 이리저리 이런 저런 빗속의 산책길을 걷는 느낌에
고통스런 발의 통증을 참아내며 무난히 함양읍에 들어섰다.
낮 1시가 좀 지났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제주 청년이 경기 처녀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 셋을 낳고 알콩달콩 사는데
건강이 안좋아서 수술도 받고 어린아이 아토피 때문에 함양에서 식당을하고 있다는
제주 고씨 청년 그와세상사 이런 저런 시름에 겨운 하소를 듣거니 말하거니 하다가
그에게 힘내라는 격려의 말을 전하고 나의 시집 <사막에서 사랑을> 전해주었다.

무언가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김규동 시인의 싯구절을 소개했다.
"길을 가다 힘들거든 앉아서 쉬거라/쉬다보면 길이 보이리"
35세의 청년이 시름이 깊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웃음에서 미래에 대한 긍정을 믿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참 다행이다.

길에 들어서 길게 멈추면 길을 나서기가 참 힘들다.
머물고 싶어서 발을 옮겨 딛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다시 갈 길이 멀다.
오늘도 20KM 정도만 걸을 생각이었다.
내일 거창에 가서 머무르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곡면을 지나는데 머무를 여관이 없다.
무리할 수밖에 하는 수 없이 안위면까지 강행해야했다.
고통스러웠다.

내일 거창에 가서 머무르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곡면을 지나는데 머무를 여관이 없다.
무리할 수밖에 하는 수 없이 안위면까지 강행해야했다.
고통스러웠다.

어둠이 급하게 찾아들었다.
노을은 오늘도 붉은 빛을 잃어버렸고,
산중에서 바라볼 노을의 아름다움을
오늘도 감상할 기회를 상실한 아쉬움이 크다.
허나, 그보다 더한 걱정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5시를 넘기면서 급하게 찾아든 어둠은
6시쯤에는 지나는 차량이 무섭게 느껴졌다.
사방이 산중이기에 더하다.
난 안나푸르나에서 사용했던 헤드랜턴을 머리에 끼고 걸었다.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불안한 거리, 당초 예정보다 14KM를 초과해서 안위에 도착했다.

안위는 지곡면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컸다.
행정구역상 같은 면소재지이지만 그 규모는 너무나 차이가 많았다.
도착했을 때 안위면 주변은 이미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만,
제법 준도시같은 느낌의 안위에는 여관도 사우나도 있다.
식당도 많고 단란주점같은 유흥업소가 많은 데 대해 놀랐다.
거리의 불켜진 간판은 다방과 단란주점 그리고 노래방이 대부분이다.
활기는 있는데 무언가 조화롭지는 못한 느낌이다.
균형이 깨어진 느낌이 무언지모를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지친 피로를 달래며 내일은 거창을 지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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