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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택시 드라이버-5

  • 김형효
  • 조회 4161
  • 2007.05.07 00:23
무한 질주를 멈추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

단 한 순간이라도 멈춰있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밤 거리의 택시기사는 더욱 더하다.

 

한밭 벌을 달리는 택시기사의 날!

차분하게 거리를 가다보면 세상이 다 내 것이 평화를 느낀다.

마음이 바쁜 날에는 고통스런 일상을 핑계 삼아 나를 내다버리는 느낌이 든다.

내가 지금 택시 기사로서 정체성에 맞게 거리의 파수꾼 노릇을 하며 여유를 느끼는 순간,

그날은 나의 날이다.

새로운 사람과의 드라이빙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순간은 설렘의 순간이다.

사납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사납금에 생각이 집중되면 날선 칼날이 되는 날 본다.

칼날이 될 것인가?

여유가 넘치는 드라이버가 될 것인가?

이도 저도 모두가 나의 선택!

오늘 나는 나의 선택을 믿기로 하고 여유를 부려본다.

지친 몸이 일상을 찌들게 하려는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 음흉한 의도에 난 복종할 수 없다.

차분하게 오늘도 한밭 벌 거리의 주인공이 된다.

 

발랄한 아줌마 셋이 대전의 시내 중심가인 동방마트 앞에서 시승하였다.

둔산 웨딩 펠리스에 간다는 데 난 그곳을 알 길이 없다.

둔산이나 만년동 보다 더 큰 대전의 구획정리를 해보라면 하겠다.

그러나 도대체 둔산과 만년동 일대는 아직 어림잡히질 않는다.

대전의 주요 교통로인 하상도로를 따라 차를 몰아간다.

오늘 그들의 나의 일일 교사다.

대전 시내 중심가에서 만년동까지 가는 길을 가르치는......,

보름 전까지도 하상도로 주변의 유채꽃이 찬란했다.

그런데 일행의 말에 열매 맺은 유채를 보며 셋 중 한 아주머니 왈!

유채 꽃 떨어지는 소리하고 있네.

다시 이어서 아니다. 유채 알맹이 떨어지는 소리로 수정되더니,

다시 유채 열매 벌어지는 소리로 수정된다.

언어의 연금술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재기있는 언어구사 능력으로 말해야 하나.

아무튼 웃음거리를 가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낯선 길을 찾아가는 초보 택시드라이버의 운행이 즐겁다.

고마운 이들에게 행복이 넘치시길......,

 

나는 천사를 만났다.

버드네 아파트 앞에서 늦은 밤이기도 하고 이른 새벽이기도 한 시간에

내가 운전하는 차에 오른 여성이다.

그는 신장 결석으로 3일에 한번씩 투석을 해야하는 예비신랑 집에서 오는 길이란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가져 차로 바래다 줄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그의 신랑이 될 시집 식구들 말이다.

그는 3년전 예비신랑을 만났다고 한다.

물 한모금을 마실 수 없고 채소도 먹을 수 없는

만약 그것을 먹는다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예비신랑을 두고

그를 만나면 즐겁고 행복하단다.

그의 친정 어머니도 가족들도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단다.

옷가게를 하며 예비 신랑과 결혼의 부푼 꿈을 사랑의 골문을 향한 그를 보며

더구나 그의 당당한 사랑에 대한 모습을 보며

현실과 이상의 시이소 게임을 벌이는 대부분의 군상들을 비교하게 된다.

아직도 휴머니티의 인간의 삶은 멈춘 것이 아니다는 사실에 신기함도 즐거움도 느끼게 된다.

찬란한 빛인 그를 존경할 수 있는 인간이라 말하고 싶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불신 못지 않게 자기 불신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그의 자기 선택에 대한 자기 확신에 경의를 표한다.

적어도 사람은 자기 확신을 갖고 행한 일에 대해

선택한 일에 대해 변명하거나 무책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

 
택시에 오른 손님이 말없는 침묵을 오래 가져가면 그가 두렵다.

말없는 침묵은 두려움일 수도 있다.

가능한대로 그 침묵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침묵일때 말문을 닫고 운전대와 긴장을 나눈다.

 

술에 취한 군상들을 보며 그들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술에 기댄 인간이 보이기 때문이다.

의지할 곳 없이 술에 기댄 사람 말이다.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함께 머물지 못해 한탄하는 아저씨에게

운전기사인 내가 별로 위안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오랜만에 멀리서 찾아온 친구분을 여관방에 모시고 낯선 기사에게 미안함을 토로한다.

낯선 내가 그를 위로한다.

어울릴 것 갖지 않은 이 상황에서 나는 나의 시 <절감>을 이야기 했다.

 

그는 현재의 자신이 어려움에 처한 모습을 친구분에게 보여주기 싫다고 했다.

하지만, 그 친구분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하듯 자기를 찾아주었다며 고마워했다.

나는 말했다.

친구분도 지금 이 마음을 아실 것이라고......,

아무튼 다음날 아침 다시 여관방을 찾아

아침 식사를 함께하시겠다는 아저씨 부디 건강하시고 사업도 번창하소서!

그래서 친구분과 오붓한 회포 푸짐하게 풀어내십시오.


절감



무엇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반쪽이 무너지는 절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무언가를 얻으려 하면서 무언가를 버리지 못하면

버려지는 것은 자신뿐이다.




거리를 걸으면서도

명상에 잠기면서도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우리는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아쉬워하며 무언가를 버리지 못할 때

버려지는 것은 오로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직하는 것들만 버려진다.


거리의 불빛에 젖은 인간 군상들 그들이 불나방같이 처량맞다.

하지만 오늘 그 군상들 속에 외롭고 고독한 영혼들이 반딧불처럼 빛나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게된다.

 
휴식을 겸해 머문 충남대학병원 앞마당에 꽃잔치!

한밭 벌에는 아직도 꽃들이 거리마다 찬란하다.

도심속의 정원을 드라이빙하는 기분도 참 흥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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