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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낙엽을 따라 가고 싶다.

  • 김형효
  • 조회 3149
  • 2005.09.13 23:24
가을에 사람들은 가을로 길을 가는 걸까?
가을에 나는 낙엽을 따라가보고 싶어진다.

허무애(虛無愛)의 심정이 되어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의 길을 따라가고 싶어진다.

마치 내가 낙엽이었던 것처럼
마치 그 길을 따라야만 할 것 같아진다.

찬 서리가 내리는 계절이다.
눈이 내리고 다시 새 봄이 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쓸쓸함 넘치는 가을에는
그런 시절일랑 영영 다시 없을 것처럼 허전한
가을 바람을 따라 눕고 싶어진다.

그렇게 눕고 싶은 가을 낙엽처럼 나는 다시 일어나 날린다.
가을 하늘의 한 점 구름처럼 빠르게 날린다.

정처없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것인지
이 마음은 표류하고 있는 돛배의 처지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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