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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 허리를 잘라버리렴!

  • 김형효
  • 조회 3010
  • 2005.09.05 22:10
- 김철의 시편을 읽고 (1) 

 
 
본적은 전라도, 출생지는 일본 땅 시모노세끼, 시인 김철은 1923년 세상에 태어났다. 그의 인생역정은 대개의 조선을 떠난 이주민들과 다를 게 없는 고난의 행로이다. 숱한 인생역정을 이겨낸 그의 드라마 같은 삶은 어느 조선족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시인이고 시인으로서 자신의 실체를 항상 효과적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중국 조선족 사회의 20세기 민족시인의 반열에 오를 만큼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그를 통해 항일의 기상을 본다

필자는 그의 시 <보내는 마음>과 몇 편의 시를 읽고 한 시인이 견디고 살아온 인생 역정을 통해 우리 민족사의 그늘진 모습을 바라보고 당대 즉 일제시대에 항거한 민족의 기상을 본다. 그리고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향하여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시 <보내는 마음>에서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데 대한 기도와 염원을 읽을 수 있다. 그것이 흉한 것이었건 바람직한 것이었건, 바로 그때 남쪽에는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혼란한 정국이 지속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날 지켜보고 있는 지겨운 정치꾼들의 싸움판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이었을 것은 자명하다.

사실 우리는 가상적인 상황이 아닌 지난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그러한 모습의 남한과 북한을 생각한다. 해방이후의 남과 북을, 그리고 다시금 되새겨 반복하지 않을 불행한 민족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또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노래 듣느니보다> 나은 미래를 <어린 시절>에 이미 터득하고 있었음을 지금 고백해야 할 것이다.

민족의 동질성과 하나된 미래를 위해 열어 젖혀야할 뜨거운 가슴살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 김철님의 시편의 줄기를 따라가 보면 그러한 접점과 맞닿은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보내는 마음」

1

실아
늬가 오늘 평양 가누나
아버지의 유업을 이으려
가냘픈 두 주먹 발끈 쥐고
동경의 도성 평양 유가족학원으로
너는 오늘 배움의 길을 떠나누나!

우리가 <8.15>해방을 맞이했을 때
나와 너 그리고 온 가족들이
크나큰 기쁨속에서
원쑤 왜놈에게 희생된
너의 아버지를 생각하고
우리는 얼싸안으며
얼마나 애끊는 몸부림을 쳤던 것이냐!

남들은 장쾌, 실로 장쾌하게
장백산하 원시의 밀림속에서
장성만리를 넘어 이역의 하늘아래에서
개선가 드높게 조국을 받들고
정든 고향, 사랑하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실아
행여 살아있지 않나 하고
한가지 희망을 가지던
너의 아버지만은
돌아올 줄 몰랐구나!

2
이 땅 인민이 쌓아온 새로운 민주 창업이
봄바람 가을비에 흘러흘러 세 해
모든 선열들의 피 흘린 자욱 위에
찬연한 새 살림이 고이 빛나는데

실아
너의 부름을 입어
너의 아버지 전위의 혈육이라는
성스런 이름으로 부름을 입어
너는 다시 배움의 바다 위에
크고 아름다운 대안을 향해
힘찬 앞날을 약속하고 출범하누나!

늬가 떠나는 아침 연길역 플래트홈에서
너는 너의 벗들과 참새인양 날뛰었고
이윽하여 차에 오른 후 성의있는 악대들이
<김일성 장군의 노래>로
너희들의 환송을 고일 때
기적 일성에 너는 미끄러지듯 떠났나니

너를 보내는 모든 이들과 함께 나도
<건강하라
아버지의 길을 굳게 밟으라>하며
모자를 벗고 손을 젓는 마음이
실아, 너 다감한 소녀처럼
어쩌면 그다지도 아프고 설레느냐!

그러나 이는
떠나는 마음, 보내는 마음 모두가
쓸모 적은 서글픈 추억 만에서 아니라
희망과 행복과 창건을 앞둔
너의 눈부신 앞날을 보는 기쁨에서였나니

실아
나는 오늘 너를 보내는
서성거리는 마음속에서
휘황찬란한 너의 앞날을
손꼽아 정녕 손꼽아 기다리련다!

1948년 6월

오독하지 말고 해석하길

민족의 불행한 역사적 사실 안에서 우리가 이 시를 읽어감에 있어 오독하지 말아야 할 것은 특정인의 이름(김일성)이 거명된 것에 대해서만 집중하여 시를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대를 살아온 숱한 사람들과 우리의 과거를 해석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가 지금일 수도 있다. 그릇된 역사이든 긍정할 역사이든 세월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교훈을 주기도 한다.

당대의 역사적 상황에서 물러나 먼 후일에 바라보는 역사적 사실 앞에서 우리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일부러 어떠한 사실을 왜곡하고 훼손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더구나 차분한 심성으로 찬찬히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오늘 나는 1948년 이 시를 쓴 작가가 그 이전에는 어떠한 작품을 썼던가 살펴보고 이후 어떻게 변모되어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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