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체념의 무덤을 짓고 하나로 한반도가 됩시다
어제 17일에는 추모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오늘은 현충원에서 1주기 추모식이 열린다고 합니다. 어제 이곳 우크라이나에서도 오마이TV를 통해 추모문화제를 보았습니다. 특히 황지우 시인도 말했던 것처럼 피아니스트 이희아의 절규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저도 따라 눈물이 흘렀습니다. 갑자기 복받쳐오는 울음을 참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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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순간을 떠올리면 김대중 대통령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님의 품에 안겨가며 엉엉 울음을 참지 못하던 복받친 설움을 따라 눈물이 납니다. 철없는 눈물이라 할 사람들도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평화란 말을 읽을 줄도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일 것으로 규정하고 말렵니다. 그들은 이제 평화란 말도 읽을 수도 없음을 알게 됩니다. 아니 그들은 평화란 말을 떠올리거나 말하거나 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듯합니다.
평화란 말을 두고 사색할 줄 모르는 사람들 같기도 합니다. 권력의 그늘에서 병들어 버린 자들 말입니다. 그들이 그 그늘에서 벗어날 때 세상에는 평화가 화려한 꽃이 되어 필 듯합니다. 작년 오늘은 흑해 바다의 노을을 보며 홀로 아픔을 달래다 고려인과 제를 올렸습니다. 오늘은 홀로 두런거려 봅니다. 이제 우리가 모두 하나로 반도의 꽃대가 되자는 결심을 해야하리라고......
우리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체념과 절망입니다. 이제 우리는 체념의 무덤, 절망의 무덤을 짓고 벽을 보고 아우성이라도 치는 심정으로 하나가 되자고 제안해 봅니다. 이곳 동포들 중에는 현 대통령의 이름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전쟁 위기에 대해서는 말합니다. 천안함 사건이 결정적 단서를 찾았는지 분명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어 한반도 전쟁 위기를 느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게 그들의 국격은 높아져가고 민주,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국격은 찾아보기 힘든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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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의 끝에서 꽃이 피네
-故 김대중 대통령 님 1주기를 추모하며
빛이 드는 곳을 보았습니다.
그 빛을 따라 걸었습니다.
맑은 물길이 있었습니다.
그 물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맑은 하늘을 보다
맑은 하늘을 닮고 싶어졌습니다.
평화, 통일, 민주
그의 입버릇을 따라 배웠습니다.
그의 입버릇이 우리를 살렸습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를 닮고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야속한 세월이 그의 무덤을 썼습니다.
야속한 세월 너머에서 그가 꽃이 되어 피었습니다.
척박하고 가혹한 날에 승냥이에 표적이었던 그가
훗날 민주주의의 꽃이 되었습니다.
훗날 평화와 통일을 약속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다시 그가 가고 모든 문이 닫힌 듯 했습니다.
체념의 끝에
사람들 가슴마다 꽃이 핍니다.
체념의 끝에 선 사람들이
그가 되어 살아납니다.
그가 되어 자라납니다.
민주, 평화, 통일의 꽃이 되어 핍니다.
김대중은 꽃 입니다.
김대중은 아이의 미소 속에도 자라고
늙은 아버지, 어머니의 오랜 친구 같은 그리움으로 자라고
젊은 사람들에게 바른 삶을 되돌아볼 여유를 주면서 자라납니다.
그곳, 그렇게 사람들 가슴자리마다 자랍니다.
모자라고 모자라다 탓하던 자들의 가슴팍에서 꽃이 되어 자라납니다.
이제 사람들은 한반도의 꽃대가 되고자 합니다.
이제 사람들은 모자라기만 하다던 자신들의 가슴 가슴을 엮어가며
서로가 서로를 받쳐주고 서로가 서로 부둥키며 하나로 한반도의 꽃대가 되자합니다.
묵언수행자의 가슴 속에 자라난 굵고 굵은 꽃대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엮어가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가슴 속에 김대중을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한반도 현대사에 지난 10년의 민주주의 역사가 얼마나 찬란한 꽃이었던지
사람들은 그가 가고 노무현이 가고 전쟁이라는 말이 일방적으로 회자되는 이때
우리는 그가 되자 하고 그가 되어 함께하자 합니다.
한반도의 꽃대가 되고 스스로 민주, 평화, 통일의 꽃대가 되고 다시 민족이 되어
오천년 굴절의 역사 속에서 찬란하였던 자존의식을 살리며 꽃이 되어 피어납니다.
체념을 넘어 체념의 무덤을 짓고 더욱 눈부신 날, 서로 한반도의 꽃이 되자합니다.
오늘은 그렇게 그가 떠난 날이지만,
그가 떠난 자리가 아프고 야속하지만,
평화, 통일, 민주주의의 횃불로
서로 서로의 가슴에 노둣돌을 놓으며
서로의 등대가 되자하고 아픈 상처를 보듬으며 빛을 모아 가자합니다.
오늘은 그렇게 아픈 체념의 무덤을 짓고 하나로 한반도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