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축제 심사위원은 우크라이나인, '이상하네'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축제인 <2010 까레야다>가 지난 주말 토요일(25일) 키예프에서 성대히 열렸다. 이날 행사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고려인들의 최대 축제이다. 행사는 매년 우크라이나 각지의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필자는 작년 헤르손에 이어 이번 키예프 고려인 축제에도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들을 대동하고 참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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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예빠토리야에서 오후 5시 23분 저녁 기차를 타고 다음날인 24일 오전 10시 20분이 되어서야 키예프에 도착했다. 16시간 57분의 긴 기차여행의 피로감을 달랠 겨를 없이 키예프 역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 편으로 곧장 사나톨리(휴양소, 수련원)로 이동했다. 기차역에는 키예프 외대의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우크라이나 고려인협회 관계자들이 나와 맞아주었다.
기차는 예빠토리야를 출발해서 고려인 주거지역인 크림을 거쳐 헤르손, 니꼴라예프, 자빠로쟈, 도네츠크, 드네쁘르뼤쩨로브스키 등지를 들러서 모두 같은 기차로 동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각 지역의 고려인들의 출발 시간대만 달랐고 모두 같은 기차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도착한 것이다. 서로 만남의 인사를 나누며 키예프 역에 대기하고 있던 2층 버스에 탑승하여 키예프에서 50여 분 이동하여 외곽의 한 휴양시설에 도착했다. 숙소를 배정 받은 후 휴게실과 주변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운 정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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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작년에 이어 참가해 낯익은 고려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간간히 필자가 알아보지 못하는 얼굴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작년에 만났던 고려인들이다. 짧은 만남으로 기억을 못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함에 고개를 수그리며 인사를 했다. 또, 반가움에 껴안으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다양한 민족과 어울려 살다가 모처럼 닮은꼴의 동족끼리 만나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참으로 각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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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배정이 끝나고 곧 식사가 이어졌고 식사 후에는 각지의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려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정겨워 보였다. 한참 시간이 흐르자 모든 아이들이 진행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놀이를 하였다. 한 사람이 지목되어 나오면 진행자가 특정 동물이나 사물 등을 말한다. 지목되어 나온 사람은 그 동물이나 사물을 몸과 소리 혹은 표정을 달리해가며 설명하면 그것을 알아맞히는 놀이였다. 한참을 그렇게 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즐겁워 보였다.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은 서로 어울려 산책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보였다. 가끔씩 크게 웃으며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낭만적인 휴양소의 분위기에 오랜만의 만남이 겹쳐지며 그들에게는 더욱 더 우정이 깊어지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그들의 모습을 살피다 함께 어우러지기도 하고 가끔씩은 지난해 찍은 사진을 전달해주기 위해 몇몇을 불러 세웠다. 한글 공부 자료 CD를 구워주기도 하고 메모리에 저장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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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저녁식사 후에는 25일 있을 <2010, 까레야다>에 출연할 사람을 뽑는 사전 리허설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작은 공연이었다. 필자의 학생들도 출연하기로 돼 있었으나 다른 팀들의 출연을 돕는 일로 신경을 쓰다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들의 공연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안타깝게 리허설 같은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은 모두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다. 이상스럽고 안타까운 모습이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고려인 아이들이 어른이 된 다음에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이것은 사색에 불과한 일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없다면 그들을 볼 낯도 없어져 버릴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필자의 마음이다. 하리코프 정수리학교의 아이들이 리허설에서 다음 날 무대에 설 수 없다며 상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에 화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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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쩌랴! 고려인 협회의 사샤(알렉산드라 텐, 33세)에게 항의성 문의를 해본다. 대체 왜 소고춤을 추는 하리코프 아이들이 탈락한 것이냐? 그의 대답은 싸늘하다. 수준미달이란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러시아어 노래와 외래문화의 영향을 받아 색다른 것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고춤이야말로 우리의 전통과 맞닿아 있는 '우리'의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필자의 항의성 문의는 그냥 문의로 끝났다. 아무튼 이 행사는 고려인의 축제다. 그러니 직접적인 우리 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자족해야했지만.
다음날 공연에서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아이들의 동요 부르기와 하리코프 정수리학교 학생들의 소고춤은 간이 무대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특히 하리코프 아이들은 세 차례 공연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관람객의 반응 덕분이리라. 모든 것이 시작인 우크라이나 고려인 아이들의 우리 문화 알기의 현주소는 이제 걸음마를 떼어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