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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은 이미 대선 전부터도 친러시아 성향이라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민족 세력이 아닌 전 세계인이 인식할 정도의 보편적인 상식이었다. 그만큼 그의 성향은 두드러지게 드러났던 것이다. 정권 출범 후 1년이 지난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성향은 우크라이나인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노골화되었다. 과거 대선전에서 야누코비치를 지지해오던 사람들조차 염려스런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이 현지 뉴스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사는 사람이 아닌 외국인에게도 드러낼 정도라는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그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최근 들어 한국인들의 투자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실 기차에서 만난 한 우크라이나인 교사에게서 현 정부에 대한 거친 평가를 접했다. 잦은 여행도 아니고 가끔씩 타던 기차 안에서도 낯선 외국인에게 그런 이야기가 노출된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현실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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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혁명의 성과로 정권을 잡았던 지난 정권은 단명했고, 동반 권력을 행사한 율랴 티모센코 전총리가 정치적 탄압에 시달리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과 한국의 정치적 현실을 연관 지어 생각해보게 된다.
서로 다른 나라의 정치 문제를 직선적으로 연관 지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필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지난 10년 민주정부의 모습과 오렌지 혁명의 성과로 정권을 잡았던 사람들이 서로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은 공교롭게 일치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서로 상대편에게 권력을 내주고 자신들의 정치적 의지를 현실 세계에서 반영해내지 못하는 점도 비슷해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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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입장에서 서로 비슷해 보이는 성향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해타산에 분열함으로서 그 전면적인 피해는 국민이 감당해야하는 현실이다. 우크라이나는 외향적으로 우리처럼 같은 민족이 분열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 못지않은 다민족 사회에서 다양한 갈래의 민족적 성향을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분열의 갈래가 우크라이나 민족진영과 친러시아 성향이고 타민족은 돌발변수에 미치지 못한 형국이다. 그러나 오렌지혁명의 경험은 잠재적으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을 안고 있는 것과도 같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유로 2012라는 대형 이벤트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가장 큰 정치적 이벤트로 보인다. 하지만 유로2012를 치른 이후 우크라이나 정국이 어디로 흐를지 알 수 없다. 잠재적 혁명 세력과 우크라이나인 모두가 집중할 뚜렷한 정치적 기대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 우크라이나 정치세력은 특별한 정치적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야누코비치는 더욱 친러시아적 정치에 가속페달을 밟는 양상이다. 반면 야당은 폭압적으로 치닫는 정권에 대항할만한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지도자를 갖고 있지 못하다. 율랴 티모센코 총리가 외부에 알려져 있지만 그녀가 유명세만큼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정치지도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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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경제적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해지고 있는 점은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그것은 정치 지도자들이 구상하는 것처럼 우크라이나가 변화할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낳게 한다. 현대 사회는 불안한 현실의 토대에서 굳건한 리더쉽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누코비치는 유로 2012의 성공적 개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불안한 나라에 자유로운 관광문화가 형성되기는 어렵다. 그로 인해 원하는 만큼 경제적 부를 가져올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성공적인 대회를 유치한다해도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필자가 우크라이나에 오기 전 연수원에서 우크라이나 생활에 대한 주의점을 여러 차례 전달받았다. 그 중 신변안전과 관계된 문제는 긴장감을 더 했다. 어쩌면 연수과정의 부작용?으로 초창기 에는 지나칠 정도로 외출을 삼갔다. 2년이란 기간 동안 현지에서 생활해 나가야할 사람으로서 취할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서툰 러시아어를 익혀가며 차츰 안정감을 찾았다. 4개월이 지났을 때부터는 자유로운 외출과 매우 초보적이기는 했지만, 언어 구사가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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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키예프에서 머물며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귀국 일주일을 앞두고 이틀전 키예프의 중심거리인 마이단 독립광장을 걸었다. 2년을 지내며 적어도 3개월에 한번쯤은 걸었던 그 길에서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현지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필자 앞에 의도적으로 투명한 봉투에 담은 달러 뭉치를 떨어트렸다. 습관적으로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주워서 전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서울의 거리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연수 과정에서 지나칠 정도로 주의하라는 당부를 들었던 일을 귀국을 앞두고 경험한 것이다. 다행스럽게 못 본 척 지나쳤다. 그때 뒤따르던 우크라이나인이 달러 뭉치를 던지고 지나간 사람에게 전달했다. 그 광경을 살펴보았다. 돈 뭉치를 던졌던 사람은 정말 사람 좋은 사람처럼 자신에게 달러 뭉치를 전달해주는 우크라이나인을 끌어안고 살짝 포옹까지 하며 귓속말을 건네고 지나갔다.
정말 황당한 모습이었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나친 상황이다. 하지만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그 돈 뭉치를 집어서 건네려 했었다면 내가 어떤 일을 겪어야했을까? 안전 교육을 받으면서도 실제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설마했던 상황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이번 일은 사전에 교육을 받았던 덕을 본 첫 번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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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 상황이 악화된 우크라이나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일이다. 소매치기와 달러 뭉치를 흘려놓고 그것을 집어 주는 사람을 으슥한 곳으로 유인해서 액수가 다르다며 누명을 씌워 갈취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우크라이나에 오던 2년 전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찾고 있는 요즘 특히 주의해야할 듯하다.
최근 투자를 하려는 한국인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체계가 미비하고, 너무나 다른 문화적 현실, 정치적 불안정은 우리가 기대하는 성급한 투자는 목에 가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투자에서 한국인들이 심사숙고해야할 일이다. 우리가 새로운 투자처에서 여러 차례 억울하다는 소리를 내며 실패했던 사례를 염두에 두어야할 시점이란 생각이다. 기업의 투자도 그렇지만,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투자에서 더욱 더 주의가 요망된다.
얼마전에는 맑스, 레닌을 추종하는 공산주의 회복을 지지하는 세력의 중심인물이 새로 선출되기도 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레닌식 사회주의의 목표가 우크라이나인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외형에서 굳어져가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또 다른 사회주의? 사상과 사상의 쟁패는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끝없이 인류의 숙제처럼 여겨진다.
복잡한 우크라이나의 현실 속에 어떤 이상과 희망으로 꿈이 펼쳐져갈 지 주목해 볼 일이다. 어쩌면 인류는 여전히 실험되고 실험속에서 주장하고 행동하며 살아가야 할 것만 같다.
*2년 동안의 해외봉사단(KOICA) 활동을 시작한 우크라이나에 온 후 생각했다. 우리 나라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봉사활동으로 내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리포팅을 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란 생각이었다. 그리고 쉬지않고 충실히 임했다. 그러니 이 기사쓰기는 나름의 봉사활동이었다.
독자들이 원하는 만큼을 충족시키는 일이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틀 후 귀국하며 쓴 마지막 기사로 인사를 대신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안녕을 고하고자 한다. 모자란 글쓰기지만 찬찬히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전하며 불편한 현실로 가득한 내 나라로 돌아가는 인사를 전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김형효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