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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경이에 부럽고 부러운 우크라이나

  • 김형효
  • 조회 3501
  • 2010.06.16 02:36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첫 평가시험 - 2주후 긴 방학

 

우크라이나의 봄, 여름, 가을은 가는 곳마다 꽃 천지다. 겨울에는 눈꽃이 만개하기도 하니 사계가 온통 꽃 천지라 해도 될까? 예빠토리야 시내와 시 외곽도 그렇고 인근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도시와 도시가 만나는 곳, 들판과 들판 사이에도 천연색으로 수놓은 화려한 꽃 잔치가 열렸다. 걷거나 차를 타도 꽃 천지다. 물론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수많은 달팽이들이 꽃에 나무에 꽃가지처럼 열려 있는 것을 보면 경이롭고 경이롭다. 천지의 생명들이 "그냥 둬라! 우리는 그냥 두면 이렇게 산다. 그러니 그냥 두라! 그냥 둬!"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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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꽃이라고 해야하나? 거리를 걷다보면 도심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무색하다. 저것은 꽃인가? 달팽이인가? 경이롭고 경이롭다. 환경을 살리기 한다고 설치지 말고 그냥두라. 그냥두라.
ⓒ 김형효
icon_tag.gif달팽이꽃이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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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판에 양귀비 꽃잔치가 열렸다. 차를 타고 외곽을 달린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사방에 양귀비 꽃이 화려하다. 그들도 양귀비 꽃인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은 뽕을 하지 않는다며 아프카니스탄에서는 흡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녀 그대로 아름다운 마음들이다.
ⓒ 김형효
icon_tag.gif벌판에 양귀비 꽃잔치가 열렸다.

지난 주말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첫 평가시험이 있었다. 2주후에는 긴 방학이 실시된다. 우크라이나는 9월에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학년말이다. <쉬꼴라>라고 하는 초중고과정 학생들의 방학이 6월부터 시작된다. 지난해에도 6월부터 8월까지 길고긴 방학에 들어간 탓에 9월부터 학기를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초중고과정 12년제다. 12년 수업을 마친 후 곧 대학교에 진학을 하게 된다. 필자도 그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토요일 학년말 평가시험을 치렀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 그것은 아이들 문제라기보다 이미 나이가 든 고려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지난해 8월에 예빠토리야에 와서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한글학교를 거쳐 간 사람은 50여명에 이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대부분은 무언가 단숨에 얻어가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 중에는 순수고려인 혈통이 있는가하면 부모 중 한쪽만 고려인인 이른바 혼혈 고려인들도 소수 포함되어 있었다.

 

특별히 한글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자신들이 고려인 후손이라는 사실 밖에는 모르는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현실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한국을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꼭 한국을 알린다 해도 그들이 커서 어떤 역할이 부여될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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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평원의 보리밭이다. 보리밭을 보면 우크라이나는 다 보리밭인가 싶고 꽃밭을 보면 다 꽃밭인가 싶다. 부러운 광활함이다. 그래서 그들이 누리는 자유도 부럽다. 우리가 아는 억압은 없다.
ⓒ 김형효
icon_tag.gif대평원의 보리밭이다.

이미 두 달 전부터 공지를 하고 그동안 배운 부분들을 반복하여 자신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데 열중했다. 시험에 응시한 학생은 예빠토리야 고려인 협회장 김플로리다 바실리예브나(56세)를 포함해서 6명의 학생이다. 1차 시험은 5월 29일에 2차 시험은 6월 12일에 치르기로 했다. 문제의 70%를 맞추면 한복을 선물하기로 했다. 사실 아무리 숙제를 내고 자습을 하라고 독려해도 응하지 않아 고육지책으로 몹쓸 시상품(?)을 걸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속내 다 드러낸 내 마음을 읽었을 것이다. 그들이 좋은 점수를 얻거나 말거나 그들 품에 한복이 안겨질 것이라는 것을...

 

아무튼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머리, 눈, 코, 입, 귀, 손, 발 등을 읽힌 아이들이 받침 하나씩 틀리며 애쓰는 모습을 보는 마음이 흡족하다.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서다. 사실 눈물이 핑 돌만큼 찡한 감동을 느낀다. 단 한마디도 못하던 그들이 이제 우리 노래를 배우는 시간만 되면 화색이 되고 여기 저기 친척집을 다녀오는 길에 노래자랑을 하고 왔다며 으스댈 때는 보람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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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교 학생들의 자유로운 동작을 보라! 네살배기 리사(이산하)의 멋진 동작에 아이들의 밝은 웃음에..., 첫 시험이 끝나고 학교 인근 벌판에서.
ⓒ 김형효
icon_tag.gif한글학교 학생들의 자유로움

그들이 버거울 줄 알면서 그동안 배운 문제를 다 내놓았다. 그래서 200여 문제를 내놓고 30문제 정도를 함께 풀었다. 첫 시험에서는 그 동안 가장 출석률이 좋았던 이별빛(이타냐, 11세)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성적이 좋지 않다고 눈물을 보이는 김하얀(김타냐,11세)에게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 나머지 문제는 집에서 그 동안 배웠던 부분들을 찾아서 공부하며 답을 정리해오게 하였다. 일종의 확인 학습과제를 준 것이다.

 

6월 6일 점검을 통해 1차 시험을 마치고 2차 시험은 그 동안 배운 노래 부르기와 말하기를 할 생각이다. 6월 12일에는 예빠토리야 한글학교도 2개월 보름의 긴 방학에 들어갈 예정이다. 물론 필자 생각으로는 방학 중에도 가끔씩 만남을 갖고 노래와 우리 문화 배우기를 할 생각이다. 틈틈이 불편을 끼치지 않는 한 고려인들의 집을 찾아 이곳에 오게 된 사연들도 취재하고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도 듣는 시간도 가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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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무와 쑥갓이 꽃을 피우다. 지난 3월말 고려인 집에 열무와 쑥갓 씨를 부렸다. 그런데 벌써 꽃이 피었다. 고려인 악사나는 꽃이 멋지다고 화단에 옮겨심겠다고 해서 한참을 함께 웃었다. 곧 씨를 받아 다시 씨를 뿌리겠다고 한다.
ⓒ 김형효
icon_tag.gif열무와 쑥갓이 꽃을 피우다.

최근 고국에서 전해오는 남-북 긴장이 고조되는 뉴스에 이곳 고려인들의 관심도 깊다. 불안 속에 먼 기억속의 조국의 아픔을 그들이 시리게 느끼지 않아도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본다. 정상을 찾는 정치와 정상을 찾는 조국을 바라는 동포들에게서 자주 듣는 "남북은 왜 아직도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가?" 하는 질문이 귓가를 아프게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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