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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까레야다'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축제 참관기(1)

  • 김형효
  • 조회 4890
  • 2010.09.30 03:08

고려인 축제 심사위원은 우크라이나인, '이상하네'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축제인 <2010 까레야다>가 지난 주말 토요일(25일) 키예프에서 성대히 열렸다. 이날 행사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고려인들의 최대 축제이다. 행사는 매년 우크라이나 각지의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필자는 작년 헤르손에 이어 이번 키예프 고려인 축제에도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들을 대동하고 참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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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과 행사 참가자 예빠토리야에서 2010 까레야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기차를 탄 참가자들이 기차 안에서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김형효
icon_tag.gif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과 행사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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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중 나온 키예프 외대 한국어과 학생들과 만나다 키예프 역에 마중 나온 키예프 외대 한국어 학과 학생들과 필자가 가르치고 있는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들이 만났다. <안녕하세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고려인과 우크라이나 여학생들이 서로 신기해했다.
ⓒ 김형효
icon_tag.gif마중 나온 키예프 외대 한국어과 학생들과 만나

23일 오후 예빠토리야에서 오후 5시 23분 저녁 기차를 타고 다음날인 24일 오전 10시 20분이 되어서야 키예프에 도착했다. 16시간 57분의 긴 기차여행의 피로감을 달랠 겨를 없이 키예프 역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 편으로 곧장 사나톨리(휴양소, 수련원)로 이동했다. 기차역에는 키예프 외대의 한국어학과 학생들과 우크라이나 고려인협회 관계자들이 나와 맞아주었다.

 

기차는 예빠토리야를 출발해서 고려인 주거지역인 크림을 거쳐 헤르손, 니꼴라예프, 자빠로쟈, 도네츠크, 드네쁘르뼤쩨로브스키 등지를 들러서 모두 같은 기차로 동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각 지역의 고려인들의 출발 시간대만 달랐고 모두 같은 기차로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도착한 것이다. 서로 만남의 인사를 나누며 키예프 역에 대기하고 있던 2층 버스에 탑승하여 키예프에서 50여 분 이동하여 외곽의 한 휴양시설에 도착했다. 숙소를 배정 받은 후 휴게실과 주변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운 정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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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르만 가족의 웃음 장꼬이 고려인 협회장 부부와 두 아들이 2010 까레야다에 참석하기 위해 키예프 역에 도착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반갑게 웃고 있다.
ⓒ 김형효
icon_tag.gif게르만 가족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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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지의 고려인들이 만났다. 키예프 역에 도착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2층 버스가 있었다. 헤르손, 니꼴라예프, 자빠로쟈, 도네츠크, 드네쁘르뼤쩨로브스키 등지의 고려인들이 모두 함께 만났다.
ⓒ 김형효
icon_tag.gif각지의 고려인들이 만났다.

필자도 작년에 이어 참가해 낯익은 고려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간간히 필자가 알아보지 못하는 얼굴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작년에 만났던 고려인들이다. 짧은 만남으로 기억을 못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함에 고개를 수그리며 인사를 했다. 또, 반가움에 껴안으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다양한 민족과 어울려 살다가 모처럼 닮은꼴의 동족끼리 만나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참으로 각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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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의 손녀 자랑 도네츠크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가 손녀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고 있다. 손녀는 지금 터키에서 살고 있단다. 많은 사진을 한글 공부하던 종이에 싸들고 왔다.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사진으로 대신하는 것 같았다. 서로 알고 지내는 고려인들끼리 그동안 자식들의 안부를 사진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 김형효
icon_tag.gif할머니의 손녀 자랑

숙소 배정이 끝나고 곧 식사가 이어졌고 식사 후에는 각지의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려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정겨워 보였다. 한참 시간이 흐르자 모든 아이들이 진행자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놀이를 하였다. 한 사람이 지목되어 나오면 진행자가 특정 동물이나 사물 등을 말한다. 지목되어 나온 사람은 그 동물이나 사물을 몸과 소리 혹은 표정을 달리해가며 설명하면 그것을 알아맞히는 놀이였다. 한참을 그렇게 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즐겁워 보였다.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은 서로 어울려 산책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보였다. 가끔씩 크게 웃으며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린다. 낭만적인 휴양소의 분위기에 오랜만의 만남이 겹쳐지며 그들에게는 더욱 더 우정이 깊어지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그들의 모습을 살피다 함께 어우러지기도 하고 가끔씩은 지난해 찍은 사진을 전달해주기 위해 몇몇을 불러 세웠다. 한글 공부 자료 CD를 구워주기도 하고 메모리에 저장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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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거진 숲길을 지나서 휴양지가 있다. 숲길을 한참 지나서 휴양소가 있었다. 2박 3일을 각지의 고려인들이 만나 함께 어우러질 공간으로는 안성맞춤이다.
ⓒ 김형효
icon_tag.gif우거진 숲길을 지나서 휴양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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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과 하리코프 정수리학교 학생들이 만났다.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과 하리코프 정수리학교 학생들이다. 왼쪽에서 네번째 하리코프 정수리학교 진보영(코이카 한국어교육 단원)선생이다. 아이들과 함께 밝은 미소로 반가움을 대신하는 듯하다.
ⓒ 김형효
icon_tag.gif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과 하리코프 정수리학교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저녁식사 후에는 25일 있을 <2010, 까레야다>에 출연할 사람을 뽑는 사전 리허설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작은 공연이었다. 필자의 학생들도 출연하기로 돼 있었으나 다른 팀들의 출연을 돕는 일로 신경을 쓰다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학생들의 공연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안타깝게 리허설 같은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은 모두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다. 이상스럽고 안타까운 모습이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고려인 아이들이 어른이 된 다음에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이것은 사색에 불과한 일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기대가 없다면 그들을 볼 낯도 없어져 버릴까 노심초사하는 것이 필자의 마음이다. 하리코프 정수리학교의 아이들이 리허설에서 다음 날 무대에 설 수 없다며 상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에 화가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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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있던 고려인 아이들이 만났다. 각지의 고려인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고려인 아이들은 웃고 있었다.
ⓒ 김형효
icon_tag.gif멀리 있던 고려인 아이들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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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소녀처럼? 각지에서 온 고려인들..., 오늘은 소녀처럼? 각지에서 온 고려인들이 서로 만나 어우러졌다. 낙엽을 주워 꽃 모양 들고 있는 모습이 아직은 소녀라는 할머니 모습을 보는 듯하다. 모두 한때는 고려인 협회장이었거나 현재도 활동중이신 분들이며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정수리학교 교장선생님 류드밀라이다.
ⓒ 김형효
icon_tag.gif오늘은 소녀처럼? 각지에서 온 고려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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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예심위원들 25일 본 행사전 예심 성격의 리허설 심사위원들이다. 왼편의 고려인 회장들의 모습도 보이지만 그들은 참관자일 뿐이다. 19살의 디마는 마그자(우크라이나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들이 보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 김형효
icon_tag.gif우크라이나 예심위원들

하지만 어쩌랴! 고려인 협회의 사샤(알렉산드라 텐, 33세)에게 항의성 문의를 해본다. 대체 왜 소고춤을 추는 하리코프 아이들이 탈락한 것이냐? 그의 대답은 싸늘하다. 수준미달이란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달랐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러시아어 노래와 외래문화의 영향을 받아 색다른 것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고춤이야말로 우리의 전통과 맞닿아 있는 '우리'의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필자의 항의성 문의는 그냥 문의로 끝났다. 아무튼 이 행사는 고려인의 축제다. 그러니 직접적인 우리 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자족해야했지만.

 

다음날 공연에서 예빠토리야 한글학교 아이들의 동요 부르기와 하리코프 정수리학교 학생들의 소고춤은 간이 무대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특히 하리코프 아이들은 세 차례 공연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관람객의 반응 덕분이리라. 모든 것이 시작인 우크라이나 고려인 아이들의 우리 문화 알기의 현주소는 이제 걸음마를 떼어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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