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일주일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지만, 일상을 바쁘게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일주일을 휴식으로 보낸다는 것은 꿈만 같은 시간이다. 특정한 업무 없이 개학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담금질하면서 지내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5일간의 휴식은 꿀맛이었다. 물론 그 5일이 무작정 주어진 휴식은 아니다.
새로운 부임지를 찾아가기 전에 사전정보를 듣고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야 하는 업무와 동시에 주어진 시간이다. 하지만, 이곳 니꼴라예프에서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까지 10시간(14시간 20분 걸리던 기차가 4시간 20분 단축되었다)을 달려가는 자체가 일탈이다. 일상과 다른 일이 새로운 날에는 신명을 준다. 물론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더라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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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새로운 부임지에 대한 정보를 듣고 돌아올 때까지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의 시간이 걸린다. 현지 연수중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 키예프의 명소인 동굴수도원과 조국의 어머니상을 둘러보았다.
수도원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보기 좋은 드네프르 강변을 먼발치에서 볼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북부에서 전국토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드넓은 드네프르 강은 풍요의 상징으로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의 문학 작품에도 등장한다. 다음에는 꼭 드네프르 강변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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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현지 사정에 익숙해지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그래서인지 처음 키예프에 왔을 때는 낯설고 어렵기만 했었다. 그런데 이번 키예프 행은 참 편했다. 혼자 가는 길이라도 전처럼 서툴지만은 않으니 자신감도 생긴다. 추운 겨울에 와서 이제 완연한 여름날을 지나고 있다. 앙상하던 나뭇가지에는 잎이 무성하다.
처음 와서 새순이 돋는 모습을 볼 때는 신비롭기까지 했다. 추운 겨울날에 나뭇가지 끝에서 새순이 돋는 모습을 보며 '생명포고'라고 할 만큼 잎이 돋는 모습이 강렬했다. 어느새 두 번이나 계절이 바뀌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활기가 돋고 나도 덩달아 활기를 얻은 느낌이다.
지금 우크라이나는 가는 곳마다 낙엽이 푸르러 절정을 이루고 있다. 회사도 학교도 장기간의 휴가가 주어져 사람들은 녹음 우거진 길을 걷거나 강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자면 엉뚱할 정도로 긴 휴가를 보낸다. 그저 열차를 타고 오가는 것도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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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열차에서 보여지던 광활한 벌판의 해바리기와 보리밭은 장관이다. 그야말로 말만 듣고 보던 우크라이나 국기의 보리밭과 하늘이 양분 지어져 보이는 지평선이 아득하다. 거기 꽃과 사람 그리고 무수히 많은 나무들이 우거져 풍요롭다. 무성히 열린 거리의 과일들도 그렇고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그렇고 온통 부러움 투성이다. 내가 이곳 사람들과 낯선 일상만 빼놓고 모든 게 풍성하기만 하다.
이제 필자는 낯선 예빠토리야라는 흑해연안으로 임지를 옮겨가기로 했다. 그곳에서는 고려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고려인들이 춤도 배우고 한국의 문화·예술 학습을 하는데 용어를 몰라 애로를 겪는다고 한다. 이제 그들과 보낼 새로운 일상을 위해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시작한 것도 없이 일이 정리되고 필자는 8월 초 새로운 임지로 떠날 예정이다. 또 다른 낯설음과 만나는 것이다. 오래된 조국과의 만남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