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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교 수업 한 달째

  • 김형효
  • 조회 3460
  • 2009.10.13 05:16

- 다가오는 추석, 우크라이나에선 이렇게...

 

며칠 앞으로 다가온 추석에는 무엇을 할까? 필자는 예빠토리야의 고려인들과 송편을 만들고, 한국에서 낯모르는 카페 회원께서 보내주신 한복을 입히고, 한복과 함께 보내주신 선물을 전하며 추석을 보낼 생각이었다. 물론 혼자는 어려워서 근교 다른 봉사단원과 함께 그런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함께하려던 단원의 임지변경으로 계획을 실천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추석이 지나서라도 송편 만들기를 하고 싶다. 사내의 솜씨가 자랑할 것은 못되겠지만, 장년의 고려인들조차 추석에 송편을 만드는 풍습을 알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는 10월 10일 근교의 제법 넓은 고려인 집에서 만나서 송편 만들기를 하기로 했다. 그때쯤이면 한국에서 보내준 한복과 선물도 도착하니 정말 뜻 깊은 명절이 될 듯하다. 멀리 떠나온 내게는 낯설지만 하염없이 뜻 깊은 눈물이 가슴에 저미는 그런 명절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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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레라(류다솜)의 과외 수업 얼마전 결석한 류다솜 집에 찾아가서 과외 수업을 진행했다. 다음 수업에는 스스로 많은 쓰기 공부를 해왔다.
ⓒ 김형효
icon_tag.gif류레라(류다솜)의 과외 수업

수업을 진행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결석을 한 학생 집에 가서 과외 수업을 진행했다. 그 다음 주에는 결석했던 아이가 다른 친구까지 데리고 수업에 참석했다. 즐거운 일이다. 몇몇은 수업에 나오지 않고 있다. 주중에도 여행을 떠나는 이곳 사정을 알게 되고서는 필자로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인정하게 된다. 하는 수없이 낯선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마음을 다지며 수업에 임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풀에 지쳐 날 주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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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입학한 삼촌, 이모, 조카들 청년과 아이들이 새로 입학했다. 학교 앞에서 만난 그들이 한눈에 입학생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반갑게 그들을 맞았다.
ⓒ 김형효
icon_tag.gif한글학교 신입생

다행인 것은 성인도 어린 학생반도 학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수업을 진행할 때는 몇 명이나 참여할까 걱정스러웠다. 이제 20여명으로 늘었다. 물론 교대로 참석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25명 정도 된다. 홀로 성공적이라 자위한다. 지난 주에는 김크리스티나와 그의 조카 최비까 그리고 최디마와 그의 조카 최디아나가 새로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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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시즌을 맞은 우크라이나 3개월의 긴 휴가가 끝나고 9월 들어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평일이나 휴일이나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는 결혼식 광경이다.
ⓒ 김형효
icon_tag.gif결혼시즌을 맞은 우크라이나

난 최근 모든 학생에게 개천절과 추석에 대해서 가능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아리랑, 나리나리 개나리, 둥글게 둥글게" 등의 노래를 가르쳤다. 얼마 전에는 쉬는 시간에 그들끼리 "나리나리 개나리"를 함께 불렀다. 그 모습을 보며 고려인 어른들이 즐겁게 웃는 모습이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하루하루 그들에게서 활기가 넘치고 더욱 더 열성적으로 배우려는 모습에 감복한다. 이제 우리 모두는 함께 "아리랑"을 즐겨 부른다. 한 마디 말을 하지 못했던 아이들도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즐겁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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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한글 알파벳 시험을 치르고 있다. 필자가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도착한 아이들이 스스로 한글 알파벳 시험을 치르고 있다.
ⓒ 김형효
icon_tag.gif예빠토리야 한글학교

나는 아리랑을 느리게 부르기도 하고 빨리 부르기도 하며 그때마다 달라지는 감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모두가 그 낯설은 감성을 접하며 한데 어우러졌다. 그리고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는 부분을 설명할 때는 그 해학에 모두가 함께 파안대소를 한다. 이제 그만큼 우리의 간극은 줄어들고 있으며 그들은 내면까지 스스로 한민족임을 실감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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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화과 내 고향에 온 느낌이다. 거리에서 팔고 있던 무화과....., 1킬로그램에 우리돈 4500원 정도 하였다.
ⓒ 김형효
icon_tag.gif무화과

스스로 나의 모자람이 안타깝다. 하지만 모자라다 주저할 수 없이 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내가 이곳을 떠나는 그날까지 난 그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다지고 또 다져 나가리라. 다음 주 수업을 대신해 나는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로 그들을 초대했다. 영화 <서편제>를 보면서 내가 만든 한국 음식을 함께 둘러앉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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