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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도시의 음울을 안고 사는 사람들

  • 김형효
  • 조회 3101
  • 2009.04.06 00:04

우크라이나 통신(4)

 

 

아침부터 익숙하게 보아야 하는 낯선 풍경이 있다.

숙소인 아파트를 나서 대로를 접하는 데는 불과 1분 거리다.

코앞의 풍경을 보면서도 영 어색한 날들이다.

흡연자의 천국인가? 여성 흡연인구 7~80%(?)라는 말을

스베따 선생을 통해 들었지만 막상은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보는 바도 그와 같으니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틈도 없이 술병을 들고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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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단 거리에 있는 우체국 청사 건물이다.

마이단은 오렌지혁명 시절 주요 시위 거점이기도 했으며

일명 독립광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침 출근 시간대인데 사람들은 맥주병을 들고 출근을 하며 마신다.

두세 명씩 모여 전철역 근처에서 그리고 전철역으로 진입하는 계단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 중 특히 인상적으로 보이는 장면들은 대부분은 여성 흡연자들이다.

남녀 차별적인 시각에서 여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공원 산책길에 유머차를 끌고 가는 여성들도

담배를 피워 물고 걷는 것조차 일상적 풍경이란다.

거리에서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창밖을 바라보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여성들이었기에 낯선 마음을 어쩔 수 없어서다.

거리의 표정이나 날씨의 음울하고 창백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어쩌면 저렇게 하나같이 일관성을 띠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유럽의 영화 속에서 나오는 싸늘한 도시의 음울이 휩싸고 있는

그런 느낌을 그대로 접하게 된다.

 

1238943862.jpg

전사와 성당의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타국의 일인 것을, 소피아 성당의 모습이다.

대사관을 향해 걷다가 눈발이 날렸지만 멋드러진 건물을 보고 한 컷 담았다.

 

사람살이는 그렇게 천지자연의 조건에 좌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쩌면 우리가 곧 죽을 것처럼 입에는 죽음을 달고 살지만,

대부분의 시간동안 인상 쓰면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하늘이 보우하사인 듯하다.

우리네 자연 조건은 너무도 사람을 밝게 한다는 생각을 이곳에 와서 하게 된다.

난 조심스럽게 조국의 형제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그렇게 원 없이 웃어도 좋은 날들을 원 없이 사랑하라고

하염없는 눈물에 젖다가도 금세 날개 단 새처럼 조국의 하늘을 보시고

원 없이 웃음에 빠져들다가도 고통에 찌든 조국을 생각하고

혹은 멀거나 가깝거나 이웃을 생각하고

먼 나라나 이웃 나라나 인류가 겪는 그런 고통 한 자락은 쓸어 담는

그런 아름다운 힘을 가진 우리라고 믿어도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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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근처에 낯선 양식의 건물이 멋지다.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한다.

성냥갑처럼 답답한 아파트를 보다가 저 낯설고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건물은 멋지게 와 닿는다. 아마도 앞으로도 많은 건물들을 소개할 듯한 느낌이다.

 

오늘은 마이단에 가서 핸드폰을 개통하기로 했다.

모두 경비가 가장 적게 드는 값싼 휴대폰을 선택했다.

낯선 나라에서 보내야 하는 2년 동안 사용할 휴대폰이다.

대부분은 내 나라회사의 핸드폰을 구입했다.

굳이 다른 나라 회사의 핸드폰을 살 일은 없어서 일 것이다.

아무튼 서비스가 개시되자 한국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나는 조심스럽게 자제하고 다음 날 안부를 드리기로 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음울을 달고 다니며 바쁘다.

하늘도 그렇게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다.

나그네들은 여전히 밝고 맑은 한국의 하늘처럼 맑고 밝은 웃음을 짓고 있다.

그런 모습을 번갈이하며 의식하고 있는 나는 객석의 관객처럼 느껴진다.

바로 내 안의 모습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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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안내를 담당하고 있는 스베따 선생이다.

여자단원들과도 오랜 자매처럼 스스럼없이 즐겁게 어울린다.

예의 바르고 상냥한 아가씨는 세브첸코 한국어과 학생이다.

 

휴대폰을 개통하고 대사관을 향해 갔다.

오늘은 선배단원들과 우리 신임단원들이 만나는

그야말로 해외봉사단원 정규멤버들만의 환영만찬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대사관에서 만나 코이카 차량을 이용해 한국관이라는 레스토랑을 향했다.

그 자리에는 코이카 차량을 운전하는 니꼴라이 형님과 스베따 선생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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