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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고려인들과 함께한 송편만들기

  • 김형효
  • 조회 3595
  • 2009.10.20 12:15

- 이국적인 낭만과 동족의 아픔도 풍요롭게 아우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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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기사에서 언급했던 УЦ, КИМ(김 거리)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기차 안에서 만난 하야리 루스톔(Хаяли Рустем, 52세) 심페로폴 법과대학 교수와의 만남은 유익했다. 필자가 기대를 가졌던 심페로폴 거리의 уц, КИМ(김 거리)가 전혀 다른 의미의 거리였음을 그를 통해 알았다.

 

내게는 실망스러운 사실이었지만, 하나의 궁금증을 확실하게 해소한 계기가 되었다. 꼬뮤니티스키 인터내셔널 말라죠시 오르가니제이션에서 유래한다고 했다. 쉽게 말해 역사적 의미에서 이니셜을 차용한 거리이름이었다. 나는 그와의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예빠토리야에 돌아온 나는 김 플로리다 바실리예브나에게 울리짜 김(김 거리)에 대한 에피소드를 말했다. 그리고 또 다른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원래 이곳 크림반도에는 김알렉세이라는 인물이 있었다고 한다. 오래 전 그분의 이름을 딴 거리를 이곳 사람들이 제안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 거리라 칭하지 못하고 알렉세이라는 이름을 딴 거리가 있다고 한다. 필자는 김 플로리다 바실리예브나에게 나중에 좀 더 상세한 취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을 했다.

 

김 플로리다 바실리예브나와 17일 송편만들기 행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일 큰 문제가 떡쌀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작은 믹서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정 어려우면 밀가루 반죽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아주 적은 양의 쌀을 믹서기로 갈아보는 실험을 하기로 하고 쌀을 물에 담궜다.

 

그러고 나서 고려인들의 생활과 관련해서 플로리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플로리다는 자신에게 많은 고려인들이 돌이나 제사 그리고 사람이 죽었을 때 어떻게 예를 갖추어야 하는 지 질문을 해온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사를 지내는 방식과 예법을 잘 몰라 자신이 과거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겪었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젊은 시절에는 멋모르고 지나간 세월인데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어찌할 바를 몰라 고려인 어른들을 찾아 자문을 구했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지면서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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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강모드~송편은 이렇게..., 알았지? 열심히 송편 만드는 법을 일러주는 윤민희 단원~! 그틈에 사진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
ⓒ 김형효
icon_tag.gif윤민희 단원 열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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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각생 열공모드..., 2부 수업! 사뭇 진지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한국어 수업에도 저런 진지함이 더욱 열심히 해야한다는 사명감을 불어넣는다.
ⓒ 김형효
icon_tag.gif송편만들기

 

사실 이번 송편만들기 행사도 이곳으로 이주한 고려인들이 잊어버린 민족문화를 되찾아주기 위해서 기획한 것이다. 이곳의 고려인들은 설날과 한식을 민족의 명절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추석이 아무런 차례도 없이 지나간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사정이 있어서 미루었던 송편만들기 행사를 17일 갖기로 했다.

 

믹서기로 쌀을 갈아보았다. 매끄럽고 곱게 갈리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행사를 열기로 한 장소에 가서 하루 전에 준비를 하였다. 약속대로 16일 오후에 고려인 게오르기의 집에서 만나, 미리 떡고물도 만들고 쌀도 담궜다. 다음날 오전에 고려인 악사나(게오르기의 부인)가 도맡아 할 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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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솜씨 어때요? 누가 누가 잘하나? 제 솜씨 어떤가요? 어째 필자의 표정이 엄한 사감 선생님 모습인데 모두들 즐겁다는 표정이니 다행입니다. 가운데 빨간 앞치마 윤민희 단원
ⓒ 김형효
icon_tag.gif누가 누가 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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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송편 먹자! 처음으로 송편을 맛보는 고려인들~@! 오늘 이 일을 진두지휘한 지휘관 윤민희 단원과 장소 제공 및 업무협조를 도맡은 악사나는 어디로 갔나? 아무튼 맛있게 먹었고 아이들은 노래(나리나리 개나리, 둥글게 둥글게, 아리랑)로 화답을 했습니다.
ⓒ 김형효
icon_tag.gif이제 송편 먹자!

 

행사가 있기 전 얼마 전부터 근처의 다른 봉사단원들이 올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마침 끄라스노 뻬레꼽스크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민희(사회복지) 선배단원이 전에 부탁한 한국어교재를 가져다준다고 했다. 때맞춘 방문이다. 나는 송편만들기 행사에 함께 참석해줄 것을 청했다. 추석을 모르고 지내는 고려인들들과 함께 시작한 일이라 불안한 마음이었는데 한결 자신감이 생겼다. 결국 윤민희 단원이 주도한 행사가 되었다. 일이 끝난 후 필자는 윤민희 단원에게 "저는 좋은 행사 기획자, 선배는 좋은 일 한 사람!"이라고 웃음을 건넸다.

 

서툴게 진행된 송편만들기였다. 하지만 중간에 한글을 배우는 제자들의 동요 합창은 일을 흥겹게 했고, 그들 모두가 즐겁게 배웠다. 필자도 그렇게 뒤늦은 추석맞이 송편을 만들며 그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었다. 맛난 송편 맛도 보았다.

 

작은 행사였고, 우크라이나의 커다란 땅덩어리를 생각하면 정말 외진 곳에서의 일이지만, 필자는 그 어느 추석 때보다 흥미롭고 벅찬 감격을 누릴 수 있었다. 일이 끝나고 상을 차리며 떡을 나누어 먹는데 아쉬움이 있어서 한국에서 보내온 열쇠고리와 핸드폰 고리를 선물로 전해주었다. 명절 맛을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민족 문화의 일단을 경험한 그들이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이해를 더해가는 계기를 만들어주려는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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