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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에 가다(1)

  • 김형효
  • 조회 4092
  • 2009.11.11 01:01

이곳 시간으로 새벽 2시 이른 잠에서 깬 후 잠이 오질 않았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학교는 3주간의 휴교령이 내려졌고

극장과 각종 공연장도 마찬가지로 3주간의 영업제한조치가 내려졌으며,

장거리 여행금지 조치까지 내려졌으니 가히 전시상황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형국이다.

필자는 아침까지 잠이 오질 않아 결심을 하였다.

오늘은 일찍 출발해서 저녁에 돌아오는 당일 여행을 결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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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빠토리야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처 도로 분리대에 핀 장미꽃......, 

 

아침이 밝았다. 밖은 추적추적 가을비에 이미 흠뻑 젖었다.

길을 나서기로 한 필자는 그냥 그대로 길을 재촉했다.

카메라가 든 가방만 달랑 걸쳐 메고 출발하는 것이다.

비에 젖은 도로 경계의 화단에 장미가 애처롭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장미가 눈물을 잔뜩 머금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장미가 운다. 그러나 눈물 맺힌 장미도 여전히 그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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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빠토리야의 아침 전차가 깊은 운치를 더 한다. 

 

오늘은 얄타에 가기로 하고 나섰다. 그러니까 여기서 오늘은 어제다.

거리를 걸어 버스터미널까지 20여분을 걸으며 잔뜩 젖은 도로를 걷는다. 색다르다.

이른 아침 이렇게 젖은 거리를 걸어보지 않았다. 이른 아침이지만,

전차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아침을 움직였다.

버스로 2시간 30분 거리의 여행이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단거리다.

버스표를 끊으려는 데 직행이 없어서

크림반도의 수도나 다름없는 심페로폴을 경유해서 얄타행 버스를 다시 갈아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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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행 버스들이 늘어서 있다. 필자가 탄 하얀 소형버스는 8시 50분 얄타행이다.

 

친절한 차표를 끊은 종사원이 그렇게 일러주어 수월하게 표를 끊었다.

바쁜 마음과 상관없이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한다.

젖은 날씨에 차창으로 잔비가 흘러 내린다.

이수영의 발라드 음악을 들으며 가끔 조수미의 음악도 흘러나온다.

MP3를 꽂고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보니 8시30분이다.

필자는 깜짝 놀라 달렸다. 내가 끊은 얄타행 차표가 8시30분발인 줄 잘못 알고 급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8시 50분이다. 친절한 종사원의 철저한 계산식이 있었구나? 자각한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속으로 고맙습니다.라고 읊조린다.

심페로폴역에 있는 버스 터미널 바로 앞에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한 잔 시켜 마시고

얄타행 버스에 올랐다. 30분 정도 운행한 버스 창밖으로 산이 보인다.

얼마 전 세바스토폴에 갈 때 멀리서 등고선을 따라 산줄기가 보이는 것과 달리 바로 눈앞에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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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다. 안개가 산머리를 휘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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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타는 우크라이나에서도 유명한 와인 생산지다.

산구릉에도 얕은 구릉지에도 포도밭이 늘어져 있었다.

 

반갑다. 산아! 얼마만에 대면하는 산인가? 8개월만이다. 8개월 동안 산을 못 보았다.

조국강산......, 눈앞에 푸른 산이 즐비한 내 나라와 너무 다른 광활한 평원의 우크라이나에서는

벌판도 부럽지만, 산이 없는 것이 그리움을 낳는다.

그리고 차곡차곡 나도 모르는 내 마음 안에 쌓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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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과 도시~!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름다운 경관과 사색 그리고 낭만이 넘치는 곳임을 얄타를 돌아보면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한 시간 정도 갔을까? 멀리 바다가 보인다. 멋지다. 얄타 해변이 장관이다.

물론 얄타의 중심지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짙은 코발트색의 바다가 눈앞에 향긋한 갯내음을 풍겨오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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