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러시아2 텔레비전으로 본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 장면
필자는 어제(23일) 있었던 소수민족문화축제 후 피로감에 오후 늦게 잠을 청했다. 그리고 이승훈의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사실 특별히 대단한 기대감을 갖고 텔레비전 채널을 찾은 것은 아니다. 평소 러시아2 텔레비전에서 고정 중계 하는 시간대를 알고 있어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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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케이트를 한 번도 신어본 적도 없는 필자에게 스케이팅은 낯선 스포츠다. 다만 5000m 은메달을 딴 선수이니 혹시나 하며 보는 것이었다. 더구나 앞서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본 상태라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기대해볼까? 아니 그렇지 않아도 5~6위권만 가도 좋다는 마음을 가졌다. 사실 메달의 기대는 꺾고 봤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첫바퀴를 돌고 랭킹 1위 선수보다 근소하게 앞서는 기록이 나왔다. 그래서 그 정도면 후반에 체력이 떨어져도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기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뿔싸! 그 기록은 놀라운 일의 전주에 불과했다. 매 바퀴 기록을 앞당겨 남자 1만m 12분58초55를 기록, 1위를 확정지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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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막판 가속력을 더해 자신과 함께 게임에 임한 네델란드 선수인 반 데 케에프트를 제치고 골인했다. 기록도 앞선 1위와는 많은 차이를 벌린 상태에서 말이다. 그러니까 함께 레이스를 펼친 선수와 상당한 차이를 벌린 것이다. 그것도 유럽의 선수들을 모두 제친 상태에서다.
당연히 필자는 금메달을 기대했다. 자랑스런 장면을 나중에 한글학교 아이들에게 보여줄 마음으로 러시아2 텔레비전 화면을 촬영했다.
사실 밴쿠버 리치몬드 오벌의 오렌지색 응원단들은 감격과 환호를 지를 준비만을 남겨놓고 있었고 이미 환호성을 지른 사람도 있었다. 마지막 주자인 러시아 선수와 네델란드 스벤 크라머의 경기만 남겨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실 경기종료 수분 전까지만 해도 네델란드 스벤 크라머는 또 다른 놀라운 드라마를 쓰듯 이승훈이 세운 올림픽 신기록을 능가하는 기록으로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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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네델란드 선수의 경기장면을 바라보던 필자는 속으로 기도하듯 "넘어지는 것은 아닐까?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는가? 그래도 은메달이네. 뭐!"하며 초조해 하고 있었다. 잠시 체념하고 '그래 은메달도 장하다'라며 마음다짐을 하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텔레비전 화면이 이승훈을 비추고 금메달(Золотые медали)은 한국선수라며 앵커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이어서 한국의 코치진과 이승훈 선수가 포옹하는 장면이 나왔다. 러시아 방송사 앵커와 해설자가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네델란드 선수가 안쪽코스와 바깥쪽코스를 번갈이 가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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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실수로 이승훈 선수는 금메달을, 러시아 선수는 은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네델란드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실수가 통한의 아픔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승훈 선수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다. 좋아하면서도 스포츠 경기가 이렇게 가혹하기도 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삶에도 이런 가혹한 일들이 허다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능력있는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우월한 능력이라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사실 운동선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일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네델란드 선수에게 위로를 전하며 한국 선수인 이승훈 선수에게 자랑스러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