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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의 외로움도 <실업당한 날>에 고통도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 김형효
  • 조회 3531
  • 2005.09.05 21:23
- 연변의 민족 시인들(13) 김충 시인

   
 
수줍음도 많고 부끄럼도 많은 아이의 엄마, 어머니의 모습으로 사는 그가 작년 9월쯤 한국에 왔다. 아래의 시들은 그녀의 첫번째 시집 (안개속의 여자, 장백인민출판사)에 실린 시편들이다.

설레임과 두려움도 많은 그가 처음 온 한국에서 좀 더 체류를 하여 경제적으로 소득을 좀 얻어볼 생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도 그럴것이 합법적으로 한국에 오는 것이 쉽지 않은 중국에 사는 교포라서 많은 것들을 고민하여 결정하시라고 말했다. 그때 그는 시아버지와 아이들을 걱정한다. 밥은 어떻게하고 아이들은 어떻게 하는가? 두달, 세달을 더 머무를 수 없는 아이엄마 김충 시인의 모습은 천상 한국의 여인, 한 민족의 엄마들에 모습을 벗어나지 않았다.

필자가 6월 28일부터 보름간의 일정으로 중국에가면서 걱정되는 것은 벌써부터 그들의 환대를 어떻게 뿌리칠까이다. 생면부지의 얼굴로 찾아갔던 작년 너무나 많은 환대에 무거운 책임같은 것을 떠맡은 느낌이었기에 이번에도 역시 두만강변과 백두산을 다시 찾을 것인데 그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고민하게 된다. 무산철공소의 물로 손을 담그기가 힘들 정도였던 두만강물은 좀 깨끗해졌을까?

여기 김충 시인의 살림 살이에 대한 걱정은 좀 덜어졌을까? 지금 한민족이 사는 모든 곳은 일자리 걱정, 밥거리 걱정이다. 우리가 한민족으로서 공동운명체란 사실을 인식시키기위한 신의 처방인가? 북한의 가뭄, 남한의 가뭄 그리고 우리 교포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들, 이제 시인 김충님이 걱정하고 고통받던 <실업당한 날>의 아픔은 사라져야 할텐데, 시인이여! 제 개미떼도 제 살 궁리로 산다는 그 말은 너무나도 고통스런 현실에 대한 흐느낌으로 절절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우리는 믿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체통>의 외로움도 <실업당한 날>에 고통도 어둠을 밝히는 <촛불>같은 희망 속에 견뎌낼 수 있는 것이며, 만약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곧 현대라고 하는 승냥이에 먹히고 만다는 사실을 아는 시인이니, 그 시인의 마음으로 그 희망의 끈을 붙들고 저 천년 만년의 역사를 살아온 우리 민족 앞에 희망을 버리지 말고 살 것을 청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시인께서는 두만강변의 세찬바람도 이겨내며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의인입니다. 고국을 눈앞에 둔 이국에서 살고 있는 시름 속의 세월도 거뜬히 이겨내며 시로서 마음을 달래고 타인의 고통도 함께 할 줄 아는 의인 아니십니까?


<실업당한 날>

저 개미도 제살이에 여념없는데
떠도는 구름처럼 흐느끼는 마음
정처없이 어데로 가나?

사는게 너무 힘겨워
길옆에 풀썩 물앉고싶은 지금
한숨조차 시름놓고 쉴수 없구나

일을 하고파, 일을!
나에게 땀 흘릴 곳을 주오...


<초불>

겨울밤
말없이 동행하다

봄아침 울면
조용히 사라지다


<현대승냥이>

진정 나를 슬프게 하는건
바로 너의 눈이였다

번개처럼 날카로운 야성이 번뜩이던
그 옛날의 네 눈빛과 하늘땅 사이를 메우며
용맹의 노래 휘뿌리던 위풍
이젠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양처럼 순한 눈매로
철창밖의 나를 바라보는
너는 나를 우울케 하는 풍경이였다

짙은 북풍이 불 때마다
꿈속의 초원이 그리워 운다던
전설 속의 승냥이는
나와 점점 멀어지고
한가닥 애수가 흐르는
너의 흐린 눈빛만이 가까와지고 있다

네가 너무 승냥이답지 않은 모습이길래
아름다운 사람옷을 입은 승냥이들
이 결울에 하나, 둘 늘어가는걸가?

진정 나를 슬프게 하는건
바로 너의 눈이였다
너를 너답지 않게 만든
이 부셔버릴수 없는 쇠살창과
양보다 더 어진 너의 눈매였다


<우체통>

언제부터인가 너도 외로왔다
시골 영화관 벽에 비딱 걸려서
배고픈 기다림에 울먹였다

하냥 즐거웠던 어제날엔
잎새 속삭임 꽃의 고백 듬뿍 안고
가슴뿌듯이 행인 향해 미소 지었지만
오늘은 허전한 그리움에 지쳐있다

너를 외롭게 한 전화선이
미운지 고운지 생각할 힘도 없이
슬픈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멀리 가버린 소녀 웃음 그리며
소외당한 아픔에 소리없이 울고 있다


김 충
본명은 김영춘
1968년 출생
연변작가협회 회원
시집 <안개속의 여자, 장백인민출판사>
현재 중국 길림성 도문시 석현종이공장 신문중심에서 근무


시작노트--푸른 하늘, 하얀 파도... 그리고 연분홍 살구꽃 같은 아가의 웃음이 너무 아름다워 시를 찾아 함께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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