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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의 정채봉, 젊은 중견작가 김현순 시인

  • 김형효
  • 조회 3492
  • 2005.09.05 20:47
연변의 민족 시인들(3) - 김현순 시인

 
 
 
낮은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 김현순, 그는 연변의 중국 교포 사회에서 아이들의 동심을 키우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시인이다.

그가 복무하고 있는 일 또한 그의 시심대로 행해지고 있다. 그는 아동 출판 관계 일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 여러가지 행사도 기획하고 백일장 같은 문예창작 의욕을 북돋우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가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에는 이념도 국경도 없다. 그저 편안하고 아늑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에 나라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동시가 아니라도 동화적이다. 우리가 읽는 그의 시가 동화적인 세계로 투영되어 바라보이는 것은 순전히 그의 따스하고 다정한 눈길에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사랑스럽고 천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 서정 안에서 언제나 밝고 투명한 김현순 시인은 함께 부른 노래를 부를 때도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어깨라도 감싸주고 싶은 그런 시인이었다. 토실토실한 토실이의 몸뚱이를 한 시인은 아직 총각이다.

그가 바라보는 선한 눈매에 어울리는 배필을 이 봄에 맞았을 지도 모르겠다.




봄은
기다림이 있는 곳으로
찾아온다

때로는
기다림이 없는 곳에도
찾아온다

보잘 것 없는 한 송이 피고 보면
얄미운 나비가 날아와 화심을 짓이기고

짓이기우는 아픔이 싫어 지고 보면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의 향수

봄은 두살박이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기듯
타박타박 어푸러지며 달려오고

때로는 빛깔 곱고 맛갈스러운
새까만 까마귀 열매로도 열린다


낙엽

푸른 하늘 우러러
한껏 펼친 나뭇가지에 매달려
푸르름을 뽐내다가
온 몸을 불태워, 빨갛게 불태워
엄마의 자장가 즐겨듣던
태초의 아침에로
서슴없이 뛰어내릴 일이다

우수수 우수수
귀 맛 좋게 들려오는
낙엽의 노래
허무함과 고독함
헐벗은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스핑크스처럼 야릇한 미소지으며
흙에로 찾아드는 장엄한 모습이랄까

세월의 길목에서
사람들에게 짓밟히고
이리저리 바람에 불리어도
한 움큼 하늘을 껴안고
태동하는 봄을 꿈꾸는 낙엽이야기

이제 꿈보다 더 곱게
사랑보다 더 밝게
소문 없이 피어날 일이다
그리고 봄 오는 날
뾰족뾰족 눈뜰 햇순들을 위하여
포근히 꿈을 덮어줄 일이다

한잎 두잎 날아내리는 가을 낙엽
제 이름을 기억할 새도 없이
단풍은 오늘도 빨갛게 탄다


안경알

때로는 크게 때로는 작게
때로는 뚜렷이 때로는 희미하게
안겨오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시력이 0.5 밖에 안 되는
사내 콧등에
도수 높은 안경 얹어 놓았을 때
세상은 비로소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두 개 밖에 안 되는 안경 알 속에
세상이 그렇게 쉽게 담기는 것은
웬 까닭일까요?

꿈을 깨고 보면
모든 것이 정다운 모습들인데
덩치 큰 가슴이
아닌 밤 중 쓸쓸해지는 것은
사랑에 근시인 마음의 콧등에
안경알이 얹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김현순

1968년 중국 길림성 안도현 만보향 공영촌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300여 편의 문학작품 발표
해란강 문학상, 한국계몽아동문학상 등
해내·외 문학상 수차례 수상
시집으로는 <나무잎 신화>, <풀 아이들의 여름이야기>가 있음
현재 중국 연변작가협회 회원
연변 인민출판사 소년문예부 편집 사업

시작노트

시는 인생공부의 흔적이다.
한편의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모지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인생에 대하여 열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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