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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경상일보에 소개된 김형효 시인

  • 정일근
  • 조회 5667
  • 2006.12.04 08:02
동서 950리 걸으며 "우린 하나" 실감
국도 24호선 12일만에 도보횡단 시인 김형효

<img src="http://www.ksilbo.co.kr/data_file/nws/P200612040106011M.jpg">
국도 24호선 도보순례를 위해 전남 신안을 출발해 12일만인 3일 울산에 도착한 김형효씨가 중구 태화동 거리를 걸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떨어뜨린 모자찾느라 20리'후퇴'하기도
유일한 터널 '석남터널'서 본 풍광 감탄
"고생한다" 주전부리 건넨 사람들 기억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시작돼 울산시 성남동에서 끝나는 국도 24호선(총연장 380㎞)을 도보로 횡단하면서 '동서화합'을 몸소 체험한 시인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김형효(42·시인·전남 무안)씨는 지난 11월22일 오전 국도 24호선이 시작되는 전남 신안군 지도읍 점암마을에서 출발해 3일 오후 종착지인 울산 성남동에 도착했다.

지난 12일 동안 매일 25~30㎞를 혼자 걸으며 김씨가 지나온 고장은 신안, 무안, 함평, 장성, 담양, 순창, 남원, 함양, 거창, 합천, 창녕, 밀양, 울산 등 무려 13곳에 이른다.

김씨는 지난 2~3월 네팔 안나푸르나를 트래킹하고 귀국한 뒤 '우리나라에도 걸을 만한 길이 많은 데 너무 외국만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동료 시인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

"문득 우리 땅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걸을 만한 길을 찾다가 국도 24호선을 선택했어요. 신안 임자도 앞바다에서 시작되는 길이라는 서정성과 동서화합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보여행은 만만치 않았다. 가벼운 신발을 신고 출발했다가 발이 너무 아파 도중에 단단한 등산화로 신발을 바꾸었으며, 모자를 길에 떨어뜨려 8㎞에 이르는 길을 되돌아 가기도 했다.

그래도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남도의 산하는 아름다웠다. 합천 마령재를 넘을 때는 절로 흥에 겨워 '아리랑'과 '쑥대머리'를 불렀고, 국도 24호선의 유일한 터널인 가지산 석남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마주친 삐죽삐죽 힘차게 솟아있는 영남알프스 위용에 감탄하기도 했다.

"도로가 이어진 곳마다 산재한 문화유적과 우리 땅의 풍경들이 친구가 돼 줬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만났던 사람들, 고생한다며 군것질거리를 손에 쥐어주던 사람들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김씨는 20년 전쯤 울산 온산공단에 용접공으로 취업하러 왔을 때 울산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풍경은 변해도 그 때나 지금이나 활기찬 풍경은 한 가지라며 소회를 풀어냈다.

김씨는 1997년 김규동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 '사람의 사막에서' '사막에서 사랑을' 등 3권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 무안군 예술인마을에 살면서 한국·네팔간 문화교류 활동을 하고 있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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