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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東里 思念 27외

  • 한정찬
  • 조회 7350
  • 2005.08.24 21:16
大東里 思念 27외

한정찬

1. 대동리 사념 27
-내고향

오목한 양 볼짝에 빙그레 도는 웃음
눈감고 아웅해도 아느니라, 다 아느니라.
눈뜨고 속마음 비워
물구서는 내 고향.


2. 대동리 사념 28
-햇살아래

바람도 잠잠한 날 눈들어 하늘보면
두고 온 고향아래 살아온 나날들이
구름속 번쩍 터지는
햇살아래 머문다.


3. 대동리 사념 29
-수수꽃

오늘도 님 그리워 눈시울 붉게 적신
안달난 마음으로 바람이 일렁이고
고뇌의 논리도 태워
한 줌 재로 날린다.


4. 대동리 사념 30
-시골아침

해뜨는 동구밖에 밀려난 어둠자리
발등에 함초롬히 젖어든 아침이슬
반가운 까치소리도
고운 소식 전한다.


5. 대동리 사념 31
-봄버들

한겨울 옹한 마음 입춘에 풀렸나니,
시냇가 물여울도 떠나기 싫었는지
진종일 봄빛도 졸아
눈을 뜨는 봄버들.


6. 대동리 사념 32
-묻힌 별

별빛이 너무 고와 나 홀로 걷는 밤길
발끝에 감겨오는 풀벌레 화음소리
설익은 내 꿈 어루다,
스러지는 묻힌 별.


7. 대동리 사념 33
-내 가슴에

명멸히 이어가는 시간을 노래하다,
영원을 어지르는 정정한 바람이여.
고요는 푸르른 날에
내 가슴에 고인다.


8. 대동리 사념 34
-늘 깨어있는

간혹은 흔들리다, 안으로 찾아드는
연두색 자지러진 그윽한 아지랭이.
슬프게 늘 깨어있는
먼 미래의 장난질.


9. 대동리 사념 35
-가슴으로

초청빛 의식안에 어느 쪽 귀대봐도
오로지 거룩하신 경건한 그대 음성,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가슴으로 들렸다.


10. 대동리 사념 36
-인연

먹갈다 꿈빛처럼 지고한 하늘 보면
실다운 그대 모습 현란한 그리움은
목로의 천성 하나로
숨결로 핀 꽃이여.


11. 대동리 사념 37
-그런 사람

어디쯤 건초냄새 잔뜩 고인 산마을에
호젓이 불밝히는 억새 슬킨 큰소리로
눈뜨고 바짝 다가온
그런 사람 있었나.


12. 대동리 사념 38
-개망초꽃

허리춤 온통 풀로 화두질한 개망초꽃
경건한 소복으로 앞치마 크게 벌린
투명한 저 외로운 창
조선연인 보시게.


13. 대동리 사념 39
-상한 나무도

비로소 열린 생각 마주한 생각의 늪
닿을 듯 바라보는 해맑은 햇살자락
어쩌다, 상한 나무도
어루만져 봐야지.


14. 대동리 사념 40
-일꾼

아는 게 너무 많아 느낀 게 너무 많아
괭이날 번쩍이는 투명한 농부일꾼
눈감고 늘 깨어있는
평상 체온 더 낮다.


15. 대동리 사념 41
-바람아

바람아, 너다운 걸 너답게 바라보면
스러진 곡선뒤에 쌍곡선 일어선다,
바람다, 한 시대 행로
온도량 치워야지.


16. 대동리 사념 42
-세월 한 자락

산맥은 등이 차고 강물은 배가 차다.
아, 바람 살랑이듯 설레는 마음의 귀.
저 멀리 세월 한 자락
누군가를 기다린다.


17. 대동리 사념 43
-이야기

나무가 사는 곳에 사람들 이야기며
사람이 사는 곳에 세상 물정 이야기며
오로지 고귀한 생명
바라보는 먼 하늘.


18. 대동리 사념 44
-먼 마을

한낮에 후줄근한 한 줄기 바람기가
이렇게 오늘밤은 초생달도 아늑한다.
먼 마을 물떼새소리
그대 마음 빼닮았다.

(자유문학 1996년 봄호)


19. 해돋이


한정찬

용솟음치고
붉은 해가 솟았다
희망이다
가슴 벅찬
희망이다

오로지 같은 보폭으로
정확히 옮겨딛는
시계의 발자국소리를
우리 함께 새겨듣자

저마다 맡은 분야에서
옹골차게 한우물 파는
숭고한 장인 정신의 얼을
우리 서로 배워보자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의
그 위대한 증거를 위해
절대자가 굳게 믿는 모습처럼
우리 모두 닮아보자

용솟음치고
붉은 해가 솟았다
희망이다
가슴 벅찬
희망이다

(자유문학 2000년 여름호)


20. 나의 사랑은


한정찬

나의 사랑은
그대 볼우물에
빙그레 도는
웃음

그대가 아주 은밀하게
내 앞에 바짝 다가와
그리움으로 머물다
빙그레 도는
웃음

어쩌다 그대 웃음이
쉬 냉정히 돌아설 때면
나는 필시
사연이 아주 많은
이별의 아쉬움처럼
그렇게 웁니다

그대 볼우물에
빙그레 도는
웃음의 흔적을
한없이 그리워하며

(자유문학 2000년 여름호)


21. 빈들에 나가면


한정찬

우 우우
바람부는 날
빈들에 나가면

무수히 몸부림치던
낙엽들의 향연이
오랜 기억의 풍상으로
믿음을 증거하고 있다

우 우우
바람부는 날
빈들에 나가면

앞만 보고 걸어온
내 삶의 표적이
오랜 추억의 향수로
사랑의 미로에 서있다

(자유문학 2000년 여름호)


22. 아침햇살


한정찬

이제 그만 하던 일
그대로 멈추고
이 고운 아침햇살 좀
바라보아요

그대 영혼이 메말라
괴로움에 방황할 때에
이 한 줄기 아침햇살은
그대와 동행하며
경건한 그대 뜻을
즐거이 함께 따를 겁니다

이제 그만 하던 일
제발 그대로 멈추고
이 고운 아침햇살 좀
바라보아요

그대 육체가 지쳐
통나무처럼 나뒹굴 때에도
이 한 줌 아침햇살은
그대와 동행하며
신비로운 그대 길을
즐거이 함께 걸을 겁니다

(자유문학 2000년 여름호)


23. 그때서야 비로소


한정찬

어느 개미나라에
1백 마리 일개미 중
한 스무 마리는 열심히 일 잘 하고
나머지 80마리는
일을 대충 했었다

개미나라의
정책입안 개미들은
일 잘 하는 스무 마리를
불러와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것은
스무 마리 중에서 열여섯 마리는
일을 대충하고 있었다

정말, 개미나라가
올 곧게 지탱해가고 있는 것은
이 네 마리의 일개미라는 걸
개미나라의
정책입안 개미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유문학 2000년 여름호)


24. 우리 29


한정찬

내게 남은 한 가닥 희망이
그대 아픈 상처 치유하는
한 점 사랑으로 남아
그대 소생하는
희열의 순간에
시작도 끝도 없이
은밀히 마주선 우리

설령 외로우면 외로울수록
더한 외로움의 대명사가 된다해도
더 강인한 외로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조바심으로 맹목을 키워온 우리

대번에 절망한 언어의 사고가
그대 영혼 휘게하는 망연함에
나의 영혼은 수 없이 질척이다가
가까스로 잘 견디어온 우리

(자유문학 200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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