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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동갑 모임에 갔었다.

  • 김형효
  • 조회 5865
  • 2006.01.01 15:58
절망스런 몸으로 차를 끌었다.
사람들은 연말을 보내기 위해 바쁘고
나는 절망스런 몸을 어쩌지 못해 안달하고
거리에 가로등 불빛만 유난스럽게 반짝인다.
누군가를 불러주고 불러보는 연말에
낯선 띠동갑 모임이 있다고해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이 멀고 멀다.
오랫동안 보아온 또다른 모임에도
여전히 길은 멀고 멀다.
 
바쁜 한 해 보다 오늘 하루는 더 바쁘다.
사람들은 그렇게 바쁜 시간 속에서 들 떠 있다.
보기좋은 모습들이다.
함께 들 떠 보고 싶다.
그러나 무엇이 모자란가?
나는 그저 제자리 걸음으로 머뭇거리기만 한다.
그저 막연한 눈치보기인가?
나도 그들처럼 들 떠 보내고 싶은 연말...,
오늘은 그렇게 하루가 가는가?

삼식이 회무침 집은 우리집이라는 상호를 걸고 있었다.
띠동갑 모임이 있는 곳이다.
낯선 만남인데, 그들은 태연하고 반갑게 날 불렀다.
친구야, 닉네임이 뭐야..., 통일확신...,
어리버리..., 대답하고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모니카가 주영이가...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처음 보는 친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색다른 만남
어색함도 없이 반겨주는 그들이 고맙다.
설레이며 어색하다.

식사를 하고 술잔을 권하는 그들을 보았다.
일상의 사교가 아니라 친구들의 만남에서
오가는 대화도 조금은 격이 넘친다.
여전히 어색함을 벗어나지 못한 건 나뿐,

다음 자리로 칠공팔공 라이브 카페 비틀즈를 찾아 갔다.
칠 팔십년대 유행가들을 들을 수 있는
교복을 입은 체 노래하는 가수..., 40대 전후의 손님들
익숙한 풍경들이다.
노래를 듣고 앉아 있는 우리들..., 왠지 석고보드가 된 듯하다.

노래방에 가기를 청하고
노래방에서 조금은 감상적이고 조금은 역동적이고
조금은 열정적으로 노래하며 춤추며 그렇게 조화롭게 되었다.
한참을 즐겁게 어우르다.
자리를 정리하고 각자 집으로 흩어지는 시간...,

모니카와 푸른희망, 소박한정원, 낭중지추를 태우고 출발
푸른 희망, 모니카와 함께 문학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니카의 본 이름은 하모니카가 아닐까?
그의 음성을 들으면 마치 하모니카의 경음을 듣고 있는 듯하다.
잔잔한 클래식 기타의 선율처럼 맑아서 지루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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