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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의 도시

  • 김형효
  • 조회 3966
  • 2008.08.24 15:54
모든 것이 멈추어버렸다.
멈추어버린 죽음의 기억으로
날갯짓하는 하루살이를 보았다.
그 파닥임이 애처롭다.
그래서 촛불을 들었다.

정지된 사유로 바라본 세상은
검은 밤, 바다를 건너가는
등대를 반짝이는 불빛처럼 보였다.
세상을 건너가버린 사유
바다를 건너가버린 등대를 반짝이는 불빛은
더 이상 살릴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것처럼

그래서, 그냥 그 자리
우두커니처럼
그래도, 그냥 그 자리
어처구니처럼
모든 것이 멈추어버렸다.

삶을 산다 말하지만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도시에서
누가 살고 누가 죽었는가?
죽음의 도시와 정지된 도시에서

은둔을 시작한 사람들
오늘도 그들의 어깨에
반짝이는 별 밤이 내리고
아침 햇살이 내리고 있다.

그 사이에 은둔을 시작한 나그네가 중얼대고 있다.
"내일이 두려움이라면 지금도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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