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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 김형효
  • 조회 3499
  • 2005.09.17 01:59
마당에 잔디를 심었다.
마당에 잔디밭에 풀들이 돋아서 제초제를 사다 뿌렸다.
마당에 풀들이 돋는 것은 당연하다.
마당에 제초제를 뿌리는 것은 못할 짓이다.

마당가 화단에 꽃이 피었다.
마당가 화단 밑에 굼벵이가 있다.
마당가 화단 밑에 지렁이도 있다.
마당가 화단 밑에 미생물들
마당 밑에 미생물들
마당 밑에 것들이 집을 받치고 있다.
마당과 집과 그것들에 의해 내가 있다.
나를 받치고 있는 그 하찮은 것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그것들을 향해 서 있는 나는 그들에 의해 존엄하다.

아! 그 고마운 것도 모르고
약을 치는 나는 몹쓸 인간이다.
하찮은 인간이다.
그 하찮다는 것들에 의해 존엄해지는 나는
웃다 울다 저무는 해를 보고
웃다 울다 저무는 달을 보고
망연자실해지며 그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이제 약은 치지 말자.
그 존엄하신 풀들과 미생물들,
그 존엄하신 굼벵이와 지렁이들,
아! 존엄하신 하찮은 것들,
몹쓸 인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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