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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처럼 살다간 목포의 아리랑을 노래합니다

  • 김형효
  • 조회 4877
  • 2009.09.04 18:52
- 故 김대중 대통령 영전에 바치는 노래

세상이 말문을 닫습니다.

역사의 하늘도 강도 산도

바람도 구름도 말문을 닫습니다.

역사의 하늘도 강도 산도

바람도 구름도 눈물이 되어 넘칩니다.

그렇게 한 세월의 억울과 통곡이 함께 저물었습니다.

 

항구의 밤이 깊어 가는 나라

저 먼 먼 곳에서 뱃고동 소리 울리며

질주하는 밤배가 서럽습니다.

나무나루(木浦)의 등대가 있어

휴식처럼 잠시 울음을 멈추었습니다.

말없이 흘러간 세월, 짓눌린 세월 눈물이 되었습니다.

유달산도 영산강도 사공의 뱃노래도 함께 눈물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세월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말이 저물고 있습니다.

수많은 한탄의 세월이 저물고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 살아왔던 수많은 눈물도 억울도

당신이 낳고 자란 서쪽 바다에 머리를 묻고

당신과 함께 저물고 있습니다.

한 민족이라는 이름이 당신이 있어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한 통속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한 민족으로 당신과 살아온 세월이 행복했습니다.

안녕을 기원했던 조국이 울고 있습니다.

휴전선도 쉬지 않고 싸우고 있을 때

한 통속의 세월을 살던 사람들로 남도 북도 눈물 흘렸습니다.

이제 그 휴전선을 베개 삼아 편히 잠드소서!

이제 휴전선도 당신과 함께 안식하기를 소원합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통일의 꿈을,

당신이 살아 숨 쉬는 날, 남도 북도 꾸었습니다.

색동옷 입은 어린이의 해맑은 웃음을 안은 채,

동서남북 다 빛이 되는 통일의 꿈을 꾸었습니다.

더러는 꿈을 비난하는 한 통속의 삶을 사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더러는 그들이 꿈을 방해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꿈의 길에 휴전선은 없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오늘, 당신의 안식을 따라간 휴전선!

오늘, 당신이 베개 삼아 안고 간 휴전선을 따라

통일의 꽃이 더 빛나게 피어날 것입니다.

서러움도 분노도 억울도 저주도 없는 통일의 꽃!

 

강남 제비의 봄소식처럼 햇살 시린 날입니다.

당신이 가신 길이 사람들의 눈을 밝히는 길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렇게 휴전선이 꽃이 되어 피기를 소원합니다.

일생의 업을 몇 겁 아울러 사신 신화가 지고

역사의 업을 안고 몇 겁 아울러 살아온 백의민족의 눈앞에

신화처럼 백의민족의 심장을 두드리며 통일의 꽃이

당신의 신화와 함께 한반도에 영롱하게 피어나기를

광야의 노래를 부르며 소원합니다.

백의민족이 눈물을 거두는 날, 그날이 오늘이기를 소원합니다.

서쪽바다에 아픔에 가슴 시린 햇살도 고개를 묻었습니다.

오늘 한반도의 야만도 그렇게 고개를 묻기를 소원합니다.

당신의 신화를 따라 가슴 시린 백의의 꽃이 한반도에 찬란하기를 소원합니다. 

못다 부른 광야의 노래는 그날이 오면 다시 부르렵니다.

부디 평안한 승리의 길에서 영면하소서!

 

오늘이 남과 북, 모든 백의민족의 잔칫날이 되기를

가슴 아프게, 사무치게 곡(哭)을 하며 빌어봅니다.

오늘 저는 그렇게 흘러넘치는 눈물로 목포의 아리랑을 부릅니다.

사랑하는 당신, 사랑했던 당신의 주검이

다시 한 번 아름다운 꽃으로 피는 신화이길 소원합니다.

 

1)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부두의 새악씨 아롱젖은 옷자락/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2)삼백년 원한품은 노적봉 밑에/님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님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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