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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소녀를 사랑하다.

  • 김형효
  • 조회 5143
  • 2009.10.26 10:01
소년은 소녀를 만났다네.

어느 날엔가
낙엽이 우수를 가득 담고 붉어지던 날
불덩이처럼 소년의 가슴에도
물빛처럼 스며든 사랑이 있었다네.

어느 날엔가
소녀를 만난 소년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찬바람에 몸을 맡기고
거리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쓰라린 밤을
강 건너듯 건너가고 있었다네.

어느 날엔가
홀로 사색하는 풀밭에 낙엽처럼
소년은 깊이 고개를 숙이며
기도를 시작하네.

어느 날엔가
사색의 강 너머
깊고 깊은 우수에 젖어서
창공을 바라보았다네.

소녀가 웃고 있었네.
그늘없는 맑은 웃음이
젖은 우수의 소년의 마음에 빛이 되었다네.
그렇게 어느 날엔가 사랑은 시작되었네.

어느 날
어느 날엔가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렇게 그렇게
겉 멋 없이 익숙한 것처럼
사랑은 소년을 무장해제 시켰다네.

어느 날
어느 날엔가
사랑을 원했던 것처럼
꿈도 꾼 적없는 사랑이
곁에 와 있었다네.

부끄럼도 격의도 없이
무작정 찾아온 사랑을
소년은 막무가내로 인정하고
소년은 그렇게 사랑했네.

사랑은 슬프지 않다네.
사랑은 아프지 않다네.
기약없는 사랑도
속절없는 사랑도
어느 날엔가 꽃 피듯 찾아왔네.

나비도 날고 바람도 꽃등을 어루만지는 날
하늘이 높아 구름조차 안부를 띄우지 못하는 날
막막한 사랑이 햇살을 가리고 날을 밝히는 날
그 어느 날엔가 그리움이 자라서 어른이 되리.
사랑도 어른스럽게 자라 사랑도 그렇게 느긋한 웃음지으리.

절망이 되고
희망이 되는 아득한 날에는
낙엽을 바라보면 되리.
할 말 없는 날에는
그냥 뜻없는 사랑을 말하면 되리.

* 독백같은 밤이 흐른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도 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도 가고
  그렇게 가고 가다가 세월을 따라 가다가
  영원속으로 영영 가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잡아보겠다는 것들이 사랑말고 얼마나 값진 것들일지
  그렇게 안달복달 잡아보겠다는 것이 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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