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의 감옥을 떠나다. > 오늘의 시

본문 바로가기

현재
오늘의 시
오늘의 시 < 현재 < HOME

희노애락의 감옥을 떠나다.

  • 김형효
  • 조회 5613
  • 2009.12.09 09:16
사진)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역사와 사랑, 영혼이 흐르는 강, 드네프르......,
드네프르를 배경으로 지난 초봄의 사랑다리(연인들이 사랑의 언약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자다 깨어 검은 머리 팥죽을 먹었던 내 고향 마을~!


희노애락의 감옥을 떠나다.


자다 깨어 목마르다
목을 축이고 건조한 방에서 나와
자다 깨어 세수를 하고
명상을 하듯
잠시 자다깬 자리에 앉았다.

수도꼭지가 숨구멍처럼 열려 있었나,
방울,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독경 소리 같기도 하고
목탁 소리 같기도 하다.
아니 내 모습은 수도승 같은 것이었나.

다시 잠들었다.
자다 깨어 세수를 하고
눈에 물을 적시고
허기가 느껴졌다.
어제 끓여둔 뼈 국물에
섞인 쌀, 보리밥을 말았다.
 
마치 자다 깬
머언 옛날 같은 시간이다.
검은 머리 어머니께서 끓여두었던
우스운 개구쟁이 어린 날
자다 깨어 먹고 자던
검은 머리 식은 팥죽 맛이다.

물방울 소리 들려온다.
덜 잠근 수도꼭지는 그냥 두자.
오늘은 행복한 어린 시절로 가고
오늘은 산사의 수도승이 되자.
 
낯선 나라,
낯선 도시의 새벽에
나그네 사색이 길다.
어쩌면 인간은
희노애락의 감옥에서 살고 있나 싶다.

나는 잠시 그 건너로
여행을 떠나듯 떠날 수 있어 좋고
자다 깨어 세수를 하고
자다 깨어 검은 머리 식은 팥죽을 먹듯
뼈 국물에 섞인 쌀, 보리밥을 말아 먹고서
희노애락의 강과 바다를 건넌다.
  • Information
  • 사이트명 : 시사랑
  • 사이트 주소 : www.sisarang.com
  • 관리자이메일 : tiger3029@hanmail.net
  • 운영자명 : 김형효
  • Quick menu
  • Statistics
  • 오늘 : 271
  • 어제 : 906
  • 최대 : 18,497
  • 전체 : 1,390,2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