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효
뭔 슬픔이 저리도 깊고 깊은 걸까?
뭔 원망이 저리도 많아서
수많은 알갱이진 눈물이 되었을까?
듣다가 듣다가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렇게 한참을 듣다가 듣고 있다가
듣는 내가 지친 비를 본다.
그래 내가 기쁨이 되지 못하는데
어찌 저 비가 기쁨의 비가 되리.
그나 저나 저 슬픔은 언제나 그치려는가?
멀고 먼 조국의 하늘도 슬픔이 먹구름지는 날인데
나는 또 뭔 일 났다고 타국에서 밤을 지새는가?
사람이 한 일 중에 가장 못난 짓이 국경을 만든거라고
이리 저리 정처 모르고 떠돌며 선전하는 내가
오늘은 뭔 슬픔이 저리도 깊은가?
밤 비를 보고 묻다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지듯 국경을 노래한다.
불러야할 광복군가를 다 못부르고 떠나간 사람들
불러야할 광복군가를 다 배우지못한 사나이들
그 중 나도 살며시 그 틈으로 나를 집어넣고
눈물의 밤 비를 바라보며 불러본다.
삼천리, 오천리 방방골골에 울려퍼지라고 불러본다.
조국아, 슬픔을 거두어라.
조국아, 기쁨을 바라보라.
카트만두의 슬픈 밤비의 안부를 묻다가 지쳐
이제 내 조국의 안부를 묻는 나그네는 어쩌라고
밤비는 저리도 슬피울까?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마냥 서글프기만 한
카트만두의 밤비에 나도 함께 저 빗줄기가 되어
수많은 알갱이진 빗방울의 사연을 따라 세면서
오늘은 밤새도록 눈물이나 흘려보자.
한 방울에 밤비, 두 방울에 밤비, 세 방울에 밤비
나는 그렇게 밤비에 방울진 사연을 듣고 날을 샌다.
슬픈 조국은 없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 슬픔에 밤비가 멎을 때까지
기쁨을 노래하며 못다부른, 못다 배운 광복군가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