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떠나간 사람들 그리고 남은 우리들에게
김형효
얼마 전인 것 같은 데
몇 발자국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너와 내가 걷던 그 길 위에
땅이 갈라지고
집이 무너지고
그렇게 아픈 사람들이 길 위에 나앉아
오늘은 밤 하늘을 온몸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네.
히말라야의 성채에도 금이 가서
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에 만년설이 녹아 내리고 있다 하네.
너나 나나 어차피 한번 뿐인 생을 살고가는 땅에서
누구는 신음신음 하고 가고
누구는 나 모르는 곳에 머물다 가고
그렇게 히말도 참지 못해 눈물이 되어 흘러 내리고 있다 하네.
자비로운 신이시어.
네여!
빨뽀선 하소서!
성자 네여!
보살피소서!
그 땅을 부디 놓지 마시고 보살피소서!
나는 멀고 먼 곳에서
부디! 안녕하기를
부디! 안녕하기를
그냥 그렇게 누구라도
나의 기원이 가닿기를
기도하고 기도하면서 무기력하지만
안녕한 오늘밤을 지새우자고 소망하오.
*네라는 성자가 빨뽀선(보살핀다)한다, 에서 유래하여 나라의 국호가 되었다. 네팔인들은 Nepal이라고 쓰고 네빨이라고 발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