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김형효
오고 있다.
홍익인간의 뜻을 품고 걷고 있다.
너도 걷고 나도 걷고 그렇게 손잡고 걷고 있다.
천 년 전, 이 천 년 전, 그렇게
너도 나도 삼천리 방방곡곡 수수만년
오래된 역사의 곡절을 품은 길을 단단히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있다.
그렇게 걷고 걸어 오고 있다.
진달래 꽃 피는 산천을, 동백꽃 피고 지는 제주 한라에서 부터 오고 있다.
복숭아 꽃, 살구 꽃 피는 북녘 들판을 가로질러 해 솟는 백두에서 부터 오고 있다.
하나로 가는 나라로 가는 길에 만발한 꽃대궁이 더욱 힘차게 솟아오고 있다.
오고 있다.
바다에서 부터 불어오는 산뜻한 향기를 품은 봄 바람이
땅끝에 품은 온기 가득한 봄 바람이 불어 불어 불어오고 있다.
장엄한 시간이다.
너의 시간도 나의 시간도
지금 이 시간 숨 쉬는 모든 생명에 축복의 시간이 오고 있다.
선 하나 그어 놓고
여기까지 거기까지
벌레도 넘고 바람도 넘던 곳이다.
물고기도 동물도 오가던 곳이다.
이제 너도 나도
사람만 넘지 못하던 그 길을
서로 웃으며 넘자꾸나.
아리랑 고개보다 버겁던 수많은 세월의 곡절
이 향긋한 봄 바람에 사랑스럽게 날려보내고
이제 우리 지금 이대로 손 맞잡고 걷자구나.
이것은 지금, 이것은 현실
남과 북이 하나되고 사람과 사람이 하나되는 날
지금 이대로 지금 이대로 그렇게 그렇게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평화의 춤을, 통일의 춤을
그래 지금 이대로 좋은 세상을 살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