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네.
김형효
하얗게 고개 숙인 억새꽃이 만발한
신작로 지나면 집이 온다.
나는 한 걸음 두 걸음
수천 걸음 걸어오고
억새는 항상 그 자리에서 빛이 나게
날 포옥 끌어안는다.
나 어린 날 바람 불어 들로 나가
흔들리는 억새를 붙잡고
밤이나 낮이나 울어대던 때가 있었다.
엄마와 아부지가 구순이 다 되어
구부러진 허리 쇠약해진 뼈마디에도
아랑곳없는 품으로 자식을 품어 안는 세월이건만,
저 억새꽃 여전히 백발의 청춘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나도 곧 환갑인데
저 억새꽃 피는 고향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이팔청춘이네.
허허 허허.
집으로 가는 집 없는 나그네로 살던
도시에 잡혀 영혼도 상념도 다 놓치고
여전히 찬란한 청춘인 구순의 부모님과 나를 되돌아보네.
중추가절인 한가위 그 곁에서
가을날의 나그네는 나의 살던 고향이
흔들리는 억새처럼 당당하게 코로나도 넘고
날선 제국의 칼날도 무디게
언덕 위에 꼿꼿아 찬란한 꽃 빛으로 빛나는
하나 될 한반도를 소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