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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과 칼끝

  • 김형효
  • 조회 3621
  • 2005.09.17 02:01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칼날이 무뎌진다.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칼끝이 무뎌진다.
비 오는 날에는 칼끝이 사그라든다.
비 오는 날에는 칼날이 사그라든다.
눈 오는 날에는 칼날이 부풀어 오른다.
눈 오는 날에는 칼끝이 부풀어 오른다.
새 울음 소리에도 가을날 풀벌레 소리에도
하얀나비 호랑나비 노랑나비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아도
뭉게구름들이 두둥실 떠가는 하늘을 보아도
강가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을 때도
움직이는 차 안에서 창밖을 보며 감상에 젖으며
칼날도 칼끝도 모두다 사랑스러운 사람들에게
칼날도 칼끝도 모두다 부드러워진다.
세상이 부드러워진다.
일상에서 우리는 칼날이 되고 칼끝이 되고
그렇게 살면서 칼날을 만들고
칼끝을 지향하는 자신에 대해서 시시때때 혐오한다.
칼날은 칼끝을 쫓아
칼끝은 칼날을 쫓아 살 듯
우리는 죽는 날까지 하나로 이어졌지만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는 따로를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칼날과 칼끝에서 해방을 맞을 수 없다.
그런 날마다 호수가에 앉아 파문을 일으키듯
자신의 고뇌의 사슬을 끊으려 발버둥이다.
이제 비가 오기를 눈이 오기를
바람이 불거나 뭉게구름이 떠가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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