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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순환

  • 김형효
  • 조회 2889
  • 2005.09.19 21:54
혈이 없다.
죽은 것이다.
혈을 이루고 나를 감쌌던 것들이
이제는 죽은 체 나를 감싸고 돌았다.
나를 죽이는 것들,
그러나 그들이 나를 지켜 주었다.
그들이 나를 위해 죽어 주었기에
나는 살아 그들을 어혈이라 부르며
나를 살리기 위해 이제 그들을 뽑아낸다.
그들과의 잔인한 이별을 위해 나는 눈물을 삼킨다.

침술사의 손 끝에서 가혹하게 나를 가격하는 것을 허락하고
나는 나를 살리기 위해 죽어간 피의 순환을 강제한다.
혈이 산다.
내가 살아나는 것이다.
나를 살리는 침술사!
따스한 손길과 흰머리의 세월만큼 믿음이 살아난다.
내가 살아난다.

나의 내부에서 나를 따뜻하게 감쌌던 피
그 피를 외부로 뽑아내고 감사를 표한다.
아픈 눈물이 난다.
살기 위해 나는 눈물을 참는다.
무지하게 뽑아낸 그 동안의 나는 그렇게 나를 떠나고
나는 진한 눈물을 삼키며 그 상처자욱을 따라 인내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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