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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 김형효
  • 조회 3038
  • 2005.12.02 15:13
익숙한 상징이 되어버린 겨울 나그네가 거리를 걷는다.
바람찬 강변 길을 걷기도 하고
추수 끝난 들판보다 황량한 도심을 걷기도 한다.
그렇게 걷다가 햇빛이 흔적을 보이는 곳에 잠시 쉬어 걷기도 하고
메마른 억새가 불러세우며 흔들리는 곳에
잠시 함께 흔들린 기억을 부려두기도 한다.
겨울 나그네는 눈이 오기전까지 걷다가 눈이 내리는 날
뒷골목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만다.
녹슨 기억의 파편을 붙들고
하염없이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은 심정으로
뒷길의 고독을 찾아 헤매다
처량맞은 불빛이 흩어지는 골목어귀
허름한 찻집이나 선술집에 몸을 부려놓는다.
나그네보다 먼저 일상처럼 고독을 살피고 사는 이가 그 자리에 섰다.
의레히 나그네를 맞이한 선술집 주인이나
찻집 주인이 겨울 나그네처럼 일상을 산다.
요령맞게도 그들은 봄 가을 겨울 가릴 것 없이
고독을 사냥하는 사냥군들 같다.
흔들림없이 그 자리를 지키며 시시때때 변죽맞은
고독을 짊어지고 오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보살펴가며 바라본다.
나그네는 오늘도 초췌한 기억을 아쉬워하며
한 잔 술과 한 모금의 담배를 피워문다.
그렇게 불그레한 퍼짐과 산화한 연기처럼 겨울도 가고
나그네는 그 기억도 잊고 봄날을 간다.

눈이 내린다.
흰 눈을 따라내리면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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