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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4

  • 김형효
  • 조회 3063
  • 2005.12.29 16:47
말없는 사람, 그에게도 입이 있다.
눈만 깜빡이며 거리를 달린다.
말없는 사람, 그의 심사를 헤아릴 길없다.

잠시 잠깐 스쳐가듯 지나갈 사람들이지만,
잠시 잠깐이라도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
그러나, 그 허망은 그들의 하루에 달려있다.
즐거운 일상이 입을 연다.
버거운 일상도 따라 입을 연다.

친구에게 빚보증을 서주기로 했다는 소녀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것을 듣는 나는
그의 착한 심성을 읽을 수 있었다.
그걸로 흐뭇했다.

할아버지는 자양동 길에서 택시를 탔다.
지팡이를 짚고 친구에게 가는 길이란다.
신당동 노인정까지 할아버지 인생길이 놓였다.

지치고 어지럽다.
힘겹다.
택시 운전...,
사람들의 일상의 허망은 찬란하다.
세월은 덧없이 한 무더기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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