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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속의 산책

  • 김형효
  • 조회 3194
  • 2006.01.01 16:20
걷다가 돌아섰다.
가다가 돌아섰다.
오다가 가다가 그렇게 머뭇거렸다.
새해 벽두 사람들은 신명을 이야기한다.

가다가 돌아온 사람
안타까워서 가던 길을 멈춘 사람
가던 길 가도록 힘주어 말하고 싶지만,
말로 만은 모자랄 것이 서글펐다.

무엇을 하나
무엇을 했나
하루 가는 길이 있어
흔적을 묻는다.

어딜 가나
어디를 갔나
무엇을 위해서 가는 길 있어
흔적을 찾는다.

그저 오가는 것은 안되는가
그저 아무 일없이 아무 생각없이
나는 그렇게 오가고 있어
흔적도 목적도 드러내기 싫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는 사람 있어 그를 찾아 걸었다.
그곳은 그가 머물러 있는 곳 아니라,
그와 함께 기억의 공간을 확장했던 곳이다.
공원 벤취, 레스토랑, 극장, 그리고 커피숍
그러다가 길을 잃었다.
 
몽롱천사처럼 떠난 그녀는 허망속을 산책하고 있으리
떠난 그녀를 배웅하고 돌아온 산책 길에 햇살이 눈부시다.
새해 아침이 밝았다.

그 기억의 공간에는 모래시계탑이 거대하게 솟은 정동진
모래무지도 있었지.
햇살의 무게에 짓눌린 모래알갱이들이
일년삼백육십오일 동안을 내리내리 곤두박질친다는 그 모래시계!

몽롱천사처럼 허망속을 산책하듯 맥빠지게 곤두박히고 있으리라.
왠지 그럴 것만 같아 오늘 나는 달빛만 쳐다보기로 했어!
그런데, 겨울 달빛은 추위에 얼어붙었는지 나타나주질 않아서 쓸쓸하지.

달빛에 무너지는 것들도 있을까?
달빛을 따라 길을 걸어보면 알지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는 달밤을,

일곱살 여덟살 아마 그때쯤
초겨울 초승달 뜬 밤에
자기 걸음 자기 발자욱 소리에 놀라 도망친다며
줄행랑을 치는 어린 동심처럼 맑았던 허망앞에
나는 오늘 초연해지고자 한다.

새해 햇살의 풍요를 받아안고
새날을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마음으로
오늘은 이만 허망속의 산책을 멈추고자 한다.

***새해를 맞이하고 보름이 지났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영상미, 환상속의 거리를 걷는 심정이 되어

환상의 그녀를 만나고 보내고 그렇게 애잔해진다.

 

우리는 오늘도 산책을 멈추지 않는다.

지구인으로서 지구본 위를 항해하는 지느러미나 바퀴벌레처럼

나는 지구별을 여행하는 여행자인 것이다.

 

우리는 그 공간에서 보기 드물게 만난 친구들이고,

그래 반가운 일상을 맞이하시길 바래본다.

한 주일의 일상을 시작하는 친구들

나는 어떻게 잘 놀까를 고민하며 내일은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막연한 기행이지만..., 그것은 나의 여백을 확장시켜주리라 믿는다.

 

여백을 키워가는 삶을 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채우는 공간의 번잡을 피해 달아나고 싶은 허망한 사람이지!

그런데 내가 본 많은 사람들도 허망속을 산책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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