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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6

  • 김형효
  • 조회 3114
  • 2006.01.02 17:30
압구정 길에 봄날이 왔다.
도시는 가혹하게도 살결 고운 여인들에게
먼저 봄의 등극을 허용하고
햇살이 아직 머물지 못한 서늘한 음지에
햇살은 여인의 살결을 부딪히며
봄볕을 발하고 가로수도 잎눈을 트는 계절이다.

하루 전 이틀 전 세찬 바람에 말라비틀어졌던 나목이
오늘은 잎눈을 트고 호시탐탐
여인의 옷매 사이로 그늘을 드리울 기세다.
때마침 여인의 팔랑거리는 미니스커트 사이로
연분홍 가을 빛이 스며들었구나.
아! 벌써 창창한 대낮에 압구정에서는
사시사철이 공존의 날개짓을 하는가.
그렇게 철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재재거린다.
압구정 거리에서 뾰루통해진 철새들,

사람들은 새해 아침의 언약을 확인한다.
만나고 악수하고 다짐한다.
그렇게 오늘 하루 해가 저물면
세월은 벌써 저만치 가서
낯설게 나를 부른다.
내가 보낸 세월이라 믿겨지질 않는
아득한 세월이 나를 낯설게 불러세운다.

나는 오늘 나의 세월의 한토막을 보냈다.
2006년 1월 2일 어느새, 오늘은 갔고
새 아침이 밝아오면 나는 2007년의 거리에서
낯설게 2006년 거리에 나를 보며 환영처럼 독백을 나누고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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