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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생멸

  • 김형효
  • 조회 2988
  • 2006.06.10 17:04
광활한 대지가 있었을까?
머나먼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바다가 있었을까?
나는 처음 어디에 있었을까?


어쩌면 고생대 5억 8000만 년 전부터 나는 존재했을 거야!
어쩌면 중생대인 2억 2,500만 년 전부터 6,500만 년 전까지
내가 만들어지고 있었을 지도 몰라!
그 기나긴 중생대의 기억을 어디에 두고
그 기나긴 1억 6,000만 년간에 기억을 어디에 두고
그래, 너도 나도
아마 그 기억들의 소중함을 다 지워버린 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어쩌면 그 기억을 잊게하는 척추의 무게로
이 세상을 살고 있을 거야!
그리고 고작 천년세월을 무게로 저울질하며
하루 하루 급급하잖아!
이제 우리의 저울이 얼마나 길고 머나먼 세월을 가로질러 왔는지
이제 우리 함께 기억하자.


너와 나의 그 오랜 기억들이
그 오랜 세월 만들어졌고
지금 현세에 존재하는 의미가 되고 있다는 것을
중생대의 공룡 발자국만한 의미도 남기지 못하고
지금을 살지만,
여전히 척추의 무게에 실린 인간적 그리움이
서로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
그것이 어쩌면 참혹한 일이지.
어쩌면 절망스런 일이지.


우리는 그 긴 세월 동안 죽음에 발버둥치며
씨과실처럼 다시 살고 다시 죽기를 반복하며
이렇게 오늘 고생대, 중생대, 현세를 떠맡고 살고 있을 지도 몰라!
아마, 그럴 거야!
형제여! 친구여!
선생님이시어! 세상 모든 신이시어!
이제 찬찬히 자신의 발 밑을 굽어 보시길 바래도 될까요.
아마, 우리의 어깨가 그만큼 단단한 것이겠지요.

 
힘내세요.
당신에게는 고생대에서부터 자라온 씨과실 같은
아름답고 강인한 혼이 살아 있을테니까요?
아니라고는 마시고 그냥 믿고 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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