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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길을 가다

  • 김형효
  • 조회 3251
  • 2006.12.25 15:16
<우리집에서 본 일출>


신이 길을 가다가 웃었다.
칠레 산티아고에 비가 내렸다고

신이 길을 가다가 웃어버렸다.
네팔 카트만두에도 비가 내린다고

신이 길을 가다가 주저앉아 버렸다.
미국 워싱턴에 부시가 길을 가다 멈추었다고
그때 나뭇잎 지듯이 사람의 목이 뚝뚝
빗방울처럼 떨어져 내렸습니다.

신이 길을 가다가 주저앉아 버렸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한 시민이 돌멩이를 들었다고
그때 빗방울처럼 날리며 떨어져 나가던 것들이
꽃잎으로 변하여 날아올랐습니다.

신이 길을 가다가 그대로 멈추어 서서
그냥, 섭섭해 했다.

왜들 자기만 빼고 지네끼리 난리냐고
왜들 나만 빼고 지네들끼리 살신성인이냐고

그렇게 오늘도 신은 모독당하고
길 가는 곳마다 신의 이름 찬란하다.
허접한 고무신짝 한 켤레의 권위도 갖지 못한 채

아! 안타까운 신이어!
나 어릴 적 헌신짝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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