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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의 기억을 담는 사람들과 길을 걷다

  • 김형효
  • 조회 4009
  • 2007.09.13 09:41
-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그림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고 나면
굳이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도 하늘같은 마음이 들던 때가 있었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이 인생을 사는 재미라면
그렇게 그림 안을 걸으며 며칠의 황홀경을 맛보았다.

맵시 나는 감각의 소우주들이 반짝이는 것처럼
내 눈길을 사로잡은 그들과 함께
저 하늘을 날듯 보낸 날들
그들의 그림 속을 그림자 되어 걸어 보았다.

색정에 물든 가을 단풍 같은 마음으로
그 그림 속에 놓여진 사색과 열정의 밭을 밟아보았다.

어느 누구도 나무라는 이 없었다.
어느 누구도 막아서는 이 없었다.

나는 그들처럼 소우주가 되어 날갯짓만 하면 되었다.
나는 날개를 단 나그네였다.
나그네도 주인이 될 수 있었다.

미술궁전에서 보낸 경이로움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바람의 기둥이
내 가슴 안에 들어차서 자신의 집을 짓겠다고 아우성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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