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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곡리 1번지

  • 김형효
  • 조회 2665
  • 2005.09.13 21:51
나는 길곡리 1번지 사람
내가 사는 마을은 17가구가 산다.
총원 31명 내가 이사가기 전만 해도 32명이 살았다.

나 태어난 전남 무안군 해제면 양월리 신촌마을에는 16가구가 살았다.
내가 고향으로 이사 갔어도 17가구가 되었고
이곳에 이사 와서도 17가구가 되었다.

나는 이제 길곡리 사람이 되기 위해 길곡리에서 먹고 잔다.
길곡리에서 나는 제일로 어린 놈이다.
39세 젊은 어린이다.

어린이가 없는 마을에 미래는 없다.
내가 길곡리에 이사와서 산다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반겨 기뻐 하신다.
나도 기쁘다.

이 촌티나는 글투로 시를 써내려가는 이유도
길곡리에 산 깊은 마을 사람들의 속 뜻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겉이나 속이나 구분이 없는 듯하면서도
겉보다도 더 간절하게 드러나는 속을 볼 수 있는 사람
그런 세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삶이나 글이나 기술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 믿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밀어내면서 남이 손에 쥐고 있는 행복의 따뜻함에 대해
표현할 수 없는 절망스런 눈빛으로 탐욕스럽게 바라본다.
그저 자신의 행복의 조건을 포기한 자신을 잊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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