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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를 걷다

  • 김형효
  • 조회 2672
  • 2005.09.14 23:37
서울에서 이사와서 처음 맞는 겨울이다.
흐릿한 날씨에 겨울 비라도 내리는 줄 알았다.
저녁 6시가 지나면서 첫 함박눈이 내린다.
산골 집을 찾아갈 일이 걱정이지만,
그래도 잘 포장된 도로라서 안심하며
귀가 길을 재촉한다.
시내를 잘 빠져 나갔다.
옥천을 경계로 마달터널을 진입하기 전에
방향을 바꾼 트럭이 있어 불안이다.
잠시 후 내가 운전해가는 차량도 절로 방향을 바꾼다.
길을 바꿔 시내로 진입하여 술이나 한잔 하려했다.
맥주 한잔 하고 다시 귀가 길을 재촉한다.
이번에는 국가지정고속도로를 찾았다.
역시나 순탄하다.
고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여튼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고
국도로 진입했다.
바퀴가 구르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지는 것을 느끼며 불안하다.
그래도 조심조심 천천히 길을 간다.
평소 10분거리정도 남짓 남은 귀가 길에서
서서히 미끄러지던 차가 길가 벽을 슬쩍 부딪친다.
약간의 충격을 감수하며 계속 길을 재촉했다.
불안초조 그래도 갈 길은 간다.
무모한 도전이지만, 오던 길을 되돌아가려도 갈 길이 없다.
계속 가는 데 이제 마음만 가고 차는 헛바퀴질이다.
도저히 어쩔 수 없어 비탈진 언덕길 한귀퉁이에 차를 대고
걸음을 재촉한다.
백야를 걷는다.
아주 어릴 적 농촌의 들녘에서는 이런 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릴 적 나는 이 시간에 깊은 잠을 청했으리라.
난생처음 보는 백야다.
백야를 걸으면서 불안초조도 있고 경이로운 체험도 한다.
즐겁게 홀로 웃으며 백야를 즐긴다.
아름다운 밤이다.
진정 백야를 걷는 산길에 달빛조차 없어서 참 좋다.
별빛조차 없어서 참으로 좋다.
어둠은 어둠의 성명대로 밝음은 밝음에 성명대로
그렇게 일상적이었을 때 평화가 있는 듯하다.
행복하다.
백야를 걷고 이틀날은 마을에 갇혔다.
갇혀 있는 평화로움 그곳에서 즐거웠다.
산골의 맑은 물 흐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산새도 들새도 모든 고요도 음악도 잠든 밤이었다.
백야를 흩날리는 눈바람 소리만 들릴 뿐,
아름다운 백야를 걷고 싶다.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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