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김형효
말이 온다.
세상은 여전히 익다만 땡감 맛이고
나도 따라 익어가려 익은 것들을 찾아본다.
바람이 불어 그 뒤를 따른다.
못난 나는 바람을 네 길 가라고
그냥 보내고 있다.
다 순리처럼 가기에
난 끝끝내 옛날식으로
지고지순 살아보려 한다.
하나 둘 모여들며 멍청하게 왜 그래
그래 그 입처럼 쉬운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그 입이 뱉은
쉬운 말의 넋을 잃은 영혼이 불쌍타
그래서 바람을 따르는 맹목은 더없이 가련해
입 다문 소리가 아우성친다.
할 말이 넘쳐서 입을 꾹꾹 다무는 고통이
이 문명이 발달한 시대에 일상사라니,
오늘도 찬 바람 더운 바람 다 흐르게 두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고 보자고 울음만 늘고
속울음의 아우성소리는 목 안에 갇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