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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의 노래 – 내사랑 연변 / 김학송

  • 김영춘
  • 조회 12379
  • 추천시
  • 2010.09.14 10:25
혼의 노래 – 내사랑 연변

                      *  김학송


1

장백산 아래 백도라지꽃이
하아얀 혼불로 타오르는 곳
여기는 연변, 조선족의 고향이라오

흰옷 입은 사람들이
오손도손 모여서
청자빛 행복
빚어가는 곳

나의 탯줄이 묻혀진 땅
나의 첫 꿈이 깃을 편 하늘

정녕 감격 없이는
바라볼수 없는 산발이며 언덕
정녕 눈물 없이는
다가설수 없는 내물이며 들판
아, 얼마나 많고 많은 사연들이 여기에서 피여나
래일로 래일로 뻗어갔던가!

쪽박 차고 두만강 건너
남부녀대 허위허위
이 땅에 정착한 그날부터
우리의 선친들은
온몸이 괭이 되어 화전 일구고
목숨 바쳐 이 터전을 지켜왔거니

백두천리 눈보라는 알고 있다
만고밀림 산안개는 알고 있다
이 고장의 래력을
뿌리 깊은 세월을...

뒤동산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는
고향 위해 목숨 바친 지사들의 넋이런가?
옥야천리 감돌아 흐르는 물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분들이 흘린 숭고한 땀이런가?

구수하 고동하 홍기하...어디라 없이
봄을 빚는 간민(墾民)들의 푸른 정서 넘실거리고
마반산 사방산 오봉산...그 어디에나
아름다운 항일의 피가 물들어 있다

겨레의 혼이 유유히 흘러가는 강
겨레의 기상이 층암절벽으로 솟아오른 산

우리가 버리고 가기에는
너무나 보배로운 강산임을
우리가 등지고 떠나기에는
너무나 귀중한 고향임을

2
어디서 들려오나
번지 없는 구름들이 뭉게뭉게
아리랑 고개 넘는 소리

어디서 들려오나
회벽 하얀 초가집이
맥 없이 쓰러지는 소리...

우린 지금 선인들의 유산을 저당 잡히고
피둥피둥 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지금 자기의 둥지 털어 불을 때며
따뜻한 겨울을 노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와 나 하나 하나가
고향집 기둥이요 연목가지인데

하나 둘 빠져나가면
와르르--
저 하늘이 무너지는데...

3
황금에 목 마른 꿈이
아이들의 눈물 딛고 행진한다

더 큰 만남을 위해
헤여지는 사람들
돌아오기 위해
길 떠나는 사람들

언젠가는 돌아오리
그리움의 강을 건너
바람의 문 닫고 돌아오리

4
주머니가 조금 비여도 좋다
내 부모
내 형제
내 정든 사람들과
늘 함께 할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혼이 있는 기쁨
뿌리 있는 행복이다

소쩍새도 고향쪽 가지에 둥지를 튼다
연어도 태여난 강을 거슬러 오른다
그 누가 굽은 나무 선산을 지킨다 했던가?

나도 굽은 나무 되리라
나도 못난 나무 되리라
지지리 못난 나무가 되여
고향의 성산 푸르게 하리라

5
산들이 새날을 웨치며 달려온다
들판이 바다를 꿈꾸며 달려간다
사과배꽃이
위대한 정신처럼 피어난다

여기는
산천초목, 삼라만상, 그 모두에
눈물겨운 사연 깃든
내 조상의 성역
내 후손들의 보금자리

6
우리 아이들이 우리말로 우리노래 부르는 곳
진달래 동산에 자치기발 펄펄 휘날리는 곳
떡메소리 막걸리에 흥타령이 절로나는 곳
시원한 랭면에 령혼마저 맑아지는 곳
상모춤 장구춤에 오래된 미래가 달려오는 곳

순이 옥이… 꿈에 젖은 이름들이
해란강 언덕에 민들레 꽃으로 피여웃는 곳
한피줄 동포들이 오손도손 정을 나누며
술잔을 높이 들어 해와 달을 마시는 곳
아, 연변이여


7
두만강에 가보아라
거기 뒹구는건 조약돌이 아니라
선사시대의 돌칼과 돌도끼란다
모아산 하늘을 바라보아라
훨 훨 나래치는건 수리개가 아니라
별을 움켜쥐는 우리의 기백이란다
평강벌의 쑥부쟁이를 만져보아라
따스한 살온기 전해온다
성자산성 너럭바위 위에 앉아 보아라
멀리 구름너머
하늘의 말씀 들려온다

언덕마다 들판마다 옛말이 숨쉬는 곳
나무마다 바위마다 전설이 주렁진 곳
골마다 계곡마다
자음과 모음이 돌돌 여울져 흐르는 곳

여기는 연변-
세상에 하나뿐인 조선족의 고향!
아리랑 장단에 어얼쑤-
천년만년 우리 노래 불러야 하리
후손만대 혼의 노래 불러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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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학송 략력」:

길림성 도문시 곡수촌에서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문학반 졸업.
1980년 문단 데뷔, 시집 《사람의 숲에서 사람이 그립다》,
동시집《봄비는 전화선》 등 다수 출간,
윤정석 아동문학상, 전국소수민족문학상(준마상) 등 수상.
현재 《연변문학》월간사 시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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