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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에서, 쓸쓸한 저녁 / 허형만

  • 김영춘
  • 조회 11004
  • 추천시
  • 2006.07.21 23:33
호프집에서, 쓸쓸한 저녁   

                *  허형만


쓸쓸한 저녁, 시인들의 가슴도 쓸쓸하다
잡지사들이 수상후보작이란 걸 끼워
책 팔아먹기에 혈안이 되었다고 말하는
시인의 눈빛이 쓸쓸하다
놔두라고, 놔두라고
그 하찮은 것에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는 나도 쓸쓸하다
무슨 무슨 대표시라는 거 대표시집이란 거
몇몇 놈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고
울분을 토하는 시인의 언어가 쓸쓸하다
일 없다고, 일 없다고
그 별것 아닌 것에 신경쓰지 말라고
달래는 나도 쓸쓸하다
허름한 호프집 유리창이 흔들리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위 까치집 같은
쓸쓸한 호프집이 아프지 않게
시인들은 사공에 뱃노래를 목놓아 노래하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세상 사소한 것에 신경쓰지 말자고
중얼거리는 나의 저녁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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