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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 김영춘
  • 조회 9941
  • 두만강여울소리
  • 2014.03.14 18:26
아침밥   

(김영춘)
 

나는 아침에 시 써야 잘 써지는데
20여년 시짓기 대신 밥을 지었다
 

아침마다 내가 지은 밥을 꿍꿍 먹어
아들은 어엿한 대학생이 되고
남편은 별탈없이 꽃중년을 즐기고있다
 

아침에 쓰고싶은 시를 못써서
나는 가끔 여우로 변한다
밥짓기 싫어 자는척 누워있다가도
남편이 한숨 지으며 부엌으로 나가면
이불밑에서 뭔가 끄적끄적 적는다
 

그저께 아침에도 엄살 부리고 시 쓰다가
창가에서 훔쳐보는 참새에게 들키우고
남편에게도 크게 혼나,
 우리 집은 요즘 랭전상태다

 
내 시보다 아침밥을 더 사랑하는 남편
방학기간 집에 온 아들에게 신신당부한다
-- 너는 절대 시 쓰는 녀자와 결혼하지마...

 
아이고, 요즘 세월에 시 안써도
아침밥 안하는 녀자 얼마나 많은데...

새들은 누가 아침밥을 짓는지?
새는 밥을 안먹어도 날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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