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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바라본 자신과 그 밖에 있는 자신...,사마코시(2)

  • 김형효
  • 조회 3966
  • 2006.02.15 11:19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살아가고 있다. 그것을 외면할 사람은 거의 없다. 신을 신봉하는 사람조차 신의 뜻을 따른다고 하면서 숱하게 자신의 번민과 고뇌에 많은 세월을 허비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결국 자신 때문이다. 눈을 감고 바라보면 세상은 나의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을 사색하는 동안 평화와 혼잡이 있으리라. 세상사의 번민과 고뇌는 모두 자신이 눈을 감는 순간 아스라이 안개처럼 사그라진다. 욕심과 의욕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우리는 하루 한번쯤 눈을 감는다. 잠자리에 들면서 뿐 아니라, 그 밖의 이유로 하루 한 번쯤은 눈을 감을 것이다. 눈 감고 바라본 세상은 그야말로 환희에 찬 세상이다. 절망 속에서 조차 눈 감고 바라본 세상에는 평화의 틈새가 보인다. 그러니 눈 감아볼 일이다. 고통의 나날을 사는 친구여! 형제여! 아름다운이여! 눈 감으라! 눈 감으라! 밖을 바라보며 안을 보며 그렇게 눈을 감을수록 그대는 평화로워지리라. 그대는 절망의 문을 열고 저 초원 위를 미끄러질 수 있으리라.

무질서와 혼돈으로 가득 차 있는 황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 안에 나를 포함시켜 놓고 보라. 얼마나 안타까워지는가? 슬몃슬몃 나를 삭제하고 싶어지리라. 하지만, 숙명처럼 우리는 그 안에서 엄숙하게 살아가고 있다. 장하다. 그러나 그 장한 인간이 왜 또 그리 초라한가? 얽매임이 끝이 없다. 그가 스스로를 옭아매어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지 않는가? 이상하잖은가? 비움으로서 얻어진다는 새삼스러운 진리를 떠나 스스로 알아채고 있으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옹졸이 그를 소멸시키고 있고 괴롭히고 있다. 그 모습이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지성이다. 

새삼스레 명상이라 할 일까지 있으랴마는 오늘 이 순간, 바로 지금 당장 눈을 감아보시라. 그곳에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의 꽃이 피어있는가. 그대는 두 눈으로 아니 온 몸으로 그 꽃의 환희를 느낄 수 있으리라. 그대가 간직한 오랜 절망조차 찬란한 꽃의 모습으로 피어 있을 것이다. 마치 새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상쾌한 아침맞이 커튼을 열어젖힐 때 느끼는 맑은 공기처럼, 밝은 빛살처럼 꽃의 환희가 그대의 온몸을 휩싸고 저 창공을 날갯짓 하고 날아가듯 기쁨이 넘치리라. 그대를 기억하는 순간순간마다 기쁨이 넘치리라. 그 쉬운 삶의 길을 두고 그대 어찌 절벽처럼 암담한 마음으로 벅찬 삶의 길 가려 하는가.

친구여! 형제여! 아름다운이여! 그대 지금 이 순간 안과 밖을 활보하라! 눈 감고 눈 뜨고 그 순간이 안과 밖을 활보하는 순간순간이다. 거기 찬란한 그대가 있다. 사랑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그대의 모습이 있어, 그대 어떤 외로움도 고통도 아름다운 봄 동산의 꽃사레처럼 반가운 일들로 밝게 명랑하게 피어나리라. 오늘 지금 눈 감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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