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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택시 드라이버 -10

  • 김형효
  • 조회 4320
  • 2007.05.26 16:36
밤을 사냥하는 사냥꾼처럼 밤마다 거리를 헤맨다.

 

나만의 공간을 매시간마다 전세 내어주는 사람이 택시기사다.

아니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

막연한 대상이지만 그 누군가를 위한 공간이다.

그 공간의 의미에 무책임한 사람도 있고

그 공간에 충실한 사람도 있다.

좌우지간 충실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요즈음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한다.

 

나의 기대가 나의 의지와 맞아 떨어지는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전세입자와의 만남은 늘상 긴장을 동반한다.

상냥한 웃음을 동반하고 탄 승객의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차에 오르면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타는 손님들이 있다.

그들은 최상의 손님이고 최상의 전세입자이다.

그와의 대화에는 생기가 돈다.

그리고 경계없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의 열매가 매달린다.

부담없이 매달리는 말씀의 열매가 거리를 밝게 한다.

운전기사의 드라이빙도 신명을 더한다.

 

요즘 여러 학생들에게 대학의 의미를 강조해 이야기 했다.

대학을 다니는 데 대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말이 되는가?

초등, 중등, 고등은 아는데 대학의 의미를 모르는 대부분의 대학생들......,

 

대학이란?

철학적인 사유를 근거로 하여 혹은 바탕으로 하여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단해내는 능력을 기르는 곳이다.

 

일단은 나의 질문에 당혹감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혀 생각해본 적없는 명제인 듯이.....,

그러나, 이내 설명을 듣고는 대부분 곧 이해한다.

영특하다.

나는 그들에게 일찌감치 혐의없음 판정을 내리고 면죄부를 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배우는 자들이 가르쳐주지 않은 곳에서 배울 길이 없는 것이다.

사실 찾아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몇몇 사람들처럼 내게 배움 값을 주고

좋은 말값을 주었던 사람들의 생활습관이라면 모를까?

 

아무튼 생기있는 청춘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는 인정할 것은 곧 인정하더라는

나의 느낌이 즐겁다.

나이가 들고 고리타분하다는 것은 자신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지해서

주장과 주의가 천편일률적으로 나만 옳다인 경우가 비일비재이니

모자라도 그들의 순수는 미래를 희망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지친 몸으로 택시 드라이빙을 한다는 것은 내겐 참 버거운 일상이다.

마음 다짐을 하기를 7월까지는 하자는 것이다.

8월에는 히말라야 등정기가 출간되고,

네팔 작가 세 사람 초청 네팔문학심포지엄이 만해문학축전위 주최 행사가 있으니

그들을 안내하는 일을 맡아야 한다.

물론 그들을 초청한 가운데 나의 출판기념회도 갖을 예정이다.

우리 친구들과의 만남을 위해 대전에서 하려는데

친구들이 참석하려는지......, 책값이 좀 비쌀 듯해서.....,

하하!

 

아무튼 몸이 피곤한 택시기사의 입이 잘 열리지 않아,

택시 드라이버의 일상의 기록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독자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쉬는 날 쉬어주어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쉬는 날은 더 바쁜 사람이니 어쩌랴!

서울로 전남으로 그리고 대전에서 대구로 기타 등등......,

갈 곳도 많고 오라는 곳도 많으니

이 희희락락할 삶을 버겁다고 말하기도 즐거운 비명이니.....,

사는 하루 하루가 고행이다.

하지만 그 고행이 즐겁다.

몸은 피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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