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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은 끝이 아니라, 성숙하면서 시작된다.

  • 김형효
  • 조회 3458
  • 2005.09.20 08:44
내 생각이다.
가깝지만 먼 나라, 멀지만 가까운 나라, 가까운 듯도 하고, 먼 듯도 한 나라...,
일본은 그런 나라다.
사실 너무나 싫고 역겨운 역사적 진실 앞에서 질색해왔다.
그러나 충격은 시작되었다.
그것은 긍정이나 부정의 양면이 동시에 시작된 충격이다.

잠이 들기전 나는 한국의 올림픽 결과에 촉각을 세우며 인터넷 검색을 좀 더 하였다.
그러나 만족할 만큼 텔레비전은 작동하지 않았다.
저작권 문제라나...,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시간은 6시 30분 정도 된 듯하다.
솜 디디와  비스느 디디가 출근하기 위해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때마침 뿌자가 퇴근해 들어왔다.
나는 그들을 위해 거들어 줄 일이 없어 안타깝다.
뿌자에게 코리언 스타일이라면서
양파를 썰어 넣고 감자를 조금 얇게 썰어 넣고 맛을 내어보았다.
뿌자는 맛있게 먹어 주었고...,
솜 디디와 비스느 디디는 곧 출근을 하였다.

뿌자는 곧 밀런과 인터넷 연결을 하고는 통화를 시작했다.
내가 오고 부터인지 과거에도 그랬는지
뿌자의 일상은 밀런과의 통화로 시작된다.
아니 밀런과의 통화로 정리되는 것이다.
야근하고 아침을 맞아 하루를 비로소 정리하고
잠에 드는 뿌자의 일상이니 말이다.
생면부지의 이방인인 내게 배운 오빠라는 말을 곧 잘하는 뿌자가 고맙다.
이것은 분명 또 다른 빚이다.
그러나 내가 옳음을 실천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 믿고
그렇게 사는 것이 최소한의 빚을 청산하는 일이리라.

아무튼 밀런과 뿌자 나는 삼각대화를 나누고
전날 늦게 까지 컴에 매달렸던 나는 피곤에 지쳐있었던 나는
뿌자가 차려준 아침 밥을 함께 먹고는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밤새 일을 하고 온 뿌자는 안방에서 자리를 펴고는
더운 날씨로 거실에서 잠자는 것이 괜찮은지 걱정하였다. 
참, 안절부절 못할 일이다.
보통의 배짱이거나 안하무인이 아니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것이다.
참, 나는 어찌하여 이렇게 막 되어 먹은 사람처럼 요즘의 일상을 사는지...,
낯선 네팔인 친구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그들의 찡그림없는 안면이
나를 더욱 어설픈 아픔을 가져다 준다.

형제가 이렇던가?
그래 과거엔 그랬지...,
물론 지금도 그런 형제는 있겠지...,
그래 이 고마운 네팔 친구들을 위해 난 무엇을 할까?
그래 내가 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저냥 사색의 끈을 놓을 수 없어 뒤척이다 깊은 잠에 취했다.
처음에는 책을 좀 보면서 일어 단어와 숙어를 암기하려 했다.
그러나 때로 책만큼 훌륭한 수면제가 없지 않은가?

잠에서 깨어보니 시간은 4시가 넘은 듯하다.
사실 아침에 밀런과 통화할 때
뿌자는 내일 신주꾸 코리아타운에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러나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신주꾸까지 가야하는 번거로움은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었다.
나는 사전 답습을 할 결심으로 기타토다역을 향해 걸었다.
15분이 조금 넘게 걸린 듯하다.
역에서 노선표를 얻을려고 갔는데 얻지 못했다.
역 앞 편의점에서 노선표를 살 수 있을 줄 알고 편의점에 들어갔다.
말을 하는 것이 문제다.
오늘은 아리마스란 말을 했다.
"트레인 가이드북 아리마스."
내가 한 오늘의 한마디다.

어설픈 내 말에 편의점 일꾼인 한국 유학생을 알게 되었다.
반가웠다.
쉽고 빠르게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짧게 지나쳐왔다.
흔하게 일본인들이 답례를 하는 소오데스란 말한마디도 남김없이...,
뒷골이 당긴다는 말이 있잖은가?
돌아오면서 내내 석연찮은 생각이 들었다.
인사치레를 제대로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다음날 꼭 찾아가서 인사를 다시 건네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아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였다.
앞을 향해 가는 것이 무엇을 향해 가는 것인지 다시 확인해야 했다.
불확실한 미래인 것은 어찌하지 못한다.

집에 돌아오는 데 비스느 디디가 막 집에 들어가고 있었다.
잽싸게 뒤를 따라 두번씩 문을 열지 않게 하였다.
조그만 소음에도 신경을 쓰는
그들의 생활에 작은 기여를 하는 또 다른 행위였다.
아니 이제 우리의 생활이 되어 가고 있다.

조그맣게 조심스럽게 거실에서 어슬렁거리며 책을 보기도 하고
잠시 뒤척이기도 했다.
뿌자의 잠을 깨우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살금살금이다.
잠시 후 핸드폰 알람에 맞춰 일어난 뿌자를 위해 나는 또 라면을 끓였다.
나는 밥을 조금이라도 먹고 가라고 했지만,
뿌자는 야근하다 12시에 식사를 한다고 간단하게 먹고 가겠다고 했다.
하는 수없이 김치라도 라면과 함께 먹으라고 적극 권할 수 밖에 없었다.

곧 뿌자가 출근을 하고 한참 후에 솜 디디가 들어왔다.
커피를 마시다.
책을 보다.
비스느 디디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네팔에서 시누이의 남편이 찍어 보내준 비디오를 볼 것을 원했다.
나는 그 비디오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레쌈삐리리라는 네팔의 전통 민요를 배경에 깔고 있었다.
제법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화질도 좋았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모두가 참여해서 연출하려는 의도조차 아름다웠다.
의도된 연출은 식상한 것이 대부분의 경우다.
그러나 멀리 가족을 떠나 있는 또 다른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다하여 연출하려는 그 보여지는 의도가 눈물겨웠다.
비스느 디디는 마침 비디오를 보고 있을 때 걸려온 네팔인 친구의 전화를 받고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것도 고향에서 온 비디오를 보고 있다고 말하는 대목이었다.
목메인 그 느낌을 나는 곁에서 보았다.

잠시 후 솜 디디도 돌아왔고,
저녁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오미야, 아니 기타토다를 구경하였다.
외국인, 그들은 외국인이다.
그냥 외국인이 아니라 숨어사는 외국인 말이다.
죄인도 아닌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신은 알까?
나는 그들이 남긴 흔적을 지우기 위해
아니 나도 덧붙인 공동범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마을을 빠져나와 외곽에 공장지대를 지나
먼 발치에 쓰레기를  버려두고 완전범죄를 마쳤다.
 
사람의 먹거리만큼 신성한 것이 또 있을까?
먹거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렇게 애쓰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아, 언제나 사람살이의 평등은 실현되려는가?
그들과 걷다가 오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솜 디디의 한국 생활 경험으로 영어를 징검다리 삼아 나누는
우리의 대화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티타임을 갖고 밀런과 메신저를 나누고
라즈크마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충격은 다음날,
아니 오늘에 왔다.
신주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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