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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이라는 불교 서적에 --고락의 시간을 함께했던 친구에게!

  • 김형효
  • 조회 3634
  • 2005.09.20 08:49
빛의 샘 / 우리들의 우정

 

                                                               

친구! 자연의 울림과 떨림 속에서 떨어져 살 수 없는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울림과 떨림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친구가 아닐까 하네. 특히나 생산의 시대, 혹은 소비의 시대로 점철되고 있는 현대적 삶에서 더 이를 말이겠는가? 어쩌면 친구야말로 또 다른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
현대인의 삶이 피폐한 자연 속에 방치되어 있고보니, 더욱이 그리워지는 친구가 아닐까? 내가 자네를 만난 것은 지역적 연관에서가 아닌 정말로 사람의 정을 아는 고향 같은 친구로서의 인연으로 생각하네. 자네도 나처럼 궁핍한 농촌에서 태어나 객지생활을 하며 지내왔으니 서로의 고뇌가 같은 갈림을 향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1990년 3월이었지. 처음 내가 전화하고 자네는 내가 술 못하는 것 정도는 아는 때에 술 한 잔 하자며 격의없이 만나지 않았는가? 우리가 싸움도 하고 웃음도 웃고 눈물도 함께했던 것은 20세기 말의 도시 사람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
우리는 초면에도 서로의 힘겨운 삶에 대하여 벅차게 격려하며 함께 자취생활을 시작했었지. 그리고 좋은 일이나 나쁜 일 있으면 서로 이야기 나누며 고민을 풀어내었지. 우리는 그렇게 5년 여의 길었던 겨울밤 같은 세월을 함께했지. 친구! 그때 친구의 따뜻한 가슴은 깊은 밤 어둠 속에도 늘상 신명나는 아침 빛이었네. 아침 들을 열 듯이 힘차게 걸음 걷는 발걸음처럼 자네의 음지는 늘상 희망이었네. 우리들의 자취방 아궁이에 하얗게 타고난 재를 보면서도 그 불을 다시 지피지 못하던 차가운 도시의 시멘트 방구들을 등지고서도 우리는 붉은 눈물을 쏟아 본 적이 없지 않은가?
한 꼭지의 단무지를 썰어 라면을 말고 아침과 저녁을 나누고 그도 모자라 건너뛰기하던 지난 날들이었네. 그런데 그런 세월이 다시 오나보네. 친구! 자네도 기억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우리가 어렸을 적에 가난 속에서 회충에 시달렸던 기억말일세.
그때 바닷가 백사장을 거닐며 지쳐 걷지 못하던 친구가 있었지!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친구였지만, 우리는 함께 그 힘겨워하던 친구의 책보를 들고 서로 등을 내밀며 업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네. 그 얼마나 큰 힘이었던가? 그런 마음으로 이 시련기를 살아간다면 언제나 굴뚝에 저녁연기처럼 솟아나는 평화를 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 나는 자네가 꼭 고향같네. 언제나 바라보고, 생각하면 평화가 찾아들지! 자네는 얼마 전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졌지만, 온 나라가 아이엠에프라는 혹한에 시달리고 있으니, 자네도 힘겹겠네 그려! 그러나 거뜬히 이겨내리라 믿네. 우리들의 과거가 자네의 앞길을 여는 탄탄한 빛이 되고, 힘이 되어 결코 헛된 삶이 되지 않도록 우리 다시 다짐하세나! 자네를 통해 알았던 동(東)이도 격려가 되어 오더군 그래!

김형효 님은 '67년 전남 무안 출생으로 '90년「풀밭」동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97년 시집「사람의 사막에서」를 펴냈다. 현재 컴퓨터 통신 유니텔 문학동호회「비파」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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