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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24호선 도보순례! 십일째날...,

  • 김형효
  • 조회 4090
  • 2006.12.05 16:11
<천지개벽의 아침 해가 을씨년스럽게 떠올랐다.>

오늘은 정상적인 코스에서 이탈했네.
그러니까? 비정상적인 코스로..., 9시 30분 늦은 출발이다.

합천읍에서 발걸음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오늘도 무사히 나의 여정은 진행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기대에 불과할 뿐이었다.
한발 한발을 움직이며 합천읍내를 빠져나온다.
겨울 바람이 합천읍내에서 겨울 강바람이 되어 길가는 나그네를 부여잡으려 한다.
아랑곳없이 잘 걷고 있었다.

그렇게 길을 가는데 국도24호선의 첫번째 터널인데 미니터널이다.
피암터널을 앞에 두고 <갓길없음>이란 경고장을 받는다.
조심조심 나름대로 터득한 길가기를 위해
오는 차를 마주보고 걷기로 하고 길을 가로질렀다.

3KM 정도 걸었을까?
율곡면이란 이정표가 나오더니 길가 주유소 옆에 식당이 있었다.
며칠 동안 길을 걷는 나그네가 태평하게 라면이 먹고 싶었는데
그곳에서 라면이라는 메뉴판이 눈에 띄었다.
배도 고픈데 잘 되었다. 
라면을 주문했는데 밥도 한 공기 함께 차려주신다.
밥도 주시네요.
고맙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맛있는 식사를 마쳤다.

그곳에서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는데 머리가 허전하다.
귀가 시려서 모자를 눌러쓰려고 하는데 모자가 없다.
나는 하는 수없이 라면을 먹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했다.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식당에 모자가 없었다.
다시 걸었다가 돌아온 길을 걷기 시작했다.
1KM 정도 걸었는데 모자가 갓길에 떨어져 있었다.

모자를 주워 다시 길을 걸었다.
모자 때문에 버스를 탔던 곳까지 무심결이었을까?
그런데 오늘 일정과 발바닥이 아픈 것이 신경이 쓰인다.
오늘은 좀 줄여서 걷자고 잔꾀를 낸다.
국도24호선을 버스를 타고 가보는 것도 좋은  경험 아닌가?
나홀로 시원한 타협을 본 후, 버스를 타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 일정 거리를 가서 다시 내린 후 걷자.
 
게으름에는 다 핑계가 있는 것이라 했던가?
몸이 지치고 게으름은 습관이 되어 날 괴롭히는가?

나는 적교라는 곳에서 버스에서 내렸다.
아니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같다.
군내버스가 군 경계를 못 넘고 멈추는 것이다.
적교다리 건너는 창녕이고, 이곳에서 내려서 창녕가는 버스를 갈아타면 좋다고 했다.
당초 버스를 탈 때는 적교를 둘러보고
창녕에 가서 오늘 하루를 푹 쉴 생각이었다.
그런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원한 타협을 다시 한 것이다.
 
오늘 그냥 밀양까지 가기로 했다.
그러나 창녕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문제다.
창녕에서 내려 읍내를 한참 걸었다.
점심식사를 하며 창녕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창녕에서 전날 밀린 숙제인 나의 순례기를 올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계획 뿐, 막상 도착하고 밀양까지 갈 생각을 정한 후로는
창녕에 더 충실해지고 싶었다.
내 나름의 보상심리가 일었다.

창녕가는 길에는 곽망우당 장군의 묘소 안내표지판이 있었고,
우포늪을 알리는 이정표도 있었다.
사실 마음이 아프다.
우포늪도 그렇고 여러 사적지들을 둘러보지 못하고 길을 가야 하는 나그네!
모든 일들을 나중으로 미루기만 하니, 숙제는 쌓여만 간다.
길 가는 만큼 숙제가 쌓이는 여행자에게 여유란 없다.
안타깝다.

버스에서 바라보는 길가 풍경이지만, 창녕은 내가 태어난 무안과 닮은 듯하다.
특히 전국에서 마늘과 양파를 가장 많이 생산해내는 곳이 무안인데,
이곳 창영의 들판에도 마늘과 양파가 많이 생산되고 있는 듯하다.
길가에 가을 마늘이 잘 자라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초등학교 학생들의 안내를 받는 행운도 있었다.
그들이 먼저 PC방을 안내하고 나중에 석빙고를 알려주었다.
창녕읍내에서 창녕 석빙고를 본 것은 행운이다.
읍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터에 석빙고를 바깥에서나마 바라볼 수 있는 것이었다.

한참을 창녕읍내를 둘러본 후 버스에 몸을 싣고 밀양을 향했다.
전날 연락을 하려다 오늘 지나는 길에 연락하자고 미루었던
밀양의 이응인 시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버스안에서 응답을 받았고,
밀양에 도착해서 연락을 하기로 했다.

저물녘 해가 서산에 걸리고
흐릿하게 눈발이라도 날릴 듯한 날씨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창녕가는 버스 안에서 가급적 충실하게 바깥 풍경을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걸어야 할 길을 버스로 이동하는 불순한 순례자의 길이 두렵다.
조금이라도 만회를 해야할 그 무엇을 생각하며..., 
 
밀양에 도착한 버스 안에서 내릴 곳을 보니,
이미 이응인 시인께서 나와 계신다.
우리는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곧장 근처 보쌈, 족발집으로 향했다.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는데, 아마도 어떤 문학 행사였을 것이다.
멀리서 온 손님을 정성을 다해 맞아주시니, 마음을 뜨겁게 한다.

자리를 잡고 앉아 소주잔을 기울인다.
형님 동생하면서 처음 갖는 술자리다.
단 둘이서..., 하지만 금세 형님 동생하며 어우러졌고...,
차수를 옮겨 밀양에 살고 계시는 고증식 시인 형님을 만났다.
인사를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천에서 밀양에 부임해온 치과의사 박일호라는 분이 함께 자리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서로 막역지기처럼 술잔을 기울였다.
 
박일호 씨는 또 내가 알고 있는 친구와 잘 알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 서로 연결해주었더니 반가운 호구조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분위기는 한결 더 상승하고 다시 차수를 한번 더하며 술잔을 기울인다.
이미 거하게 취한 상태다.
오늘 미루어 놓은 순례기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술이 거하게 취하여 나는 고증식 형님댁으로 자리를 옮겼고
형님과 다시 한잔을 기울이기로 했다.
주무시고 계시는 형수님을 깨었다.
미안한 일이다.
처음 대면하는 형님댁에 그것도 야심한 시간에 첫 대면해야하는 형수님까지...,
참 미안한 일인데, 형수님이 주무시다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술상까지 봐주시니 감격스런 만남이다.
 
고맙습니다. 형수님! 그리고 형님...,
간단하게 후기를 올리지 못한다는 소식을 친구들 카페에 올리고...,
취한 몸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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