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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왔다. 낯설다.

  • 김형효
  • 조회 3502
  • 2005.09.20 08:42
낯설지만 익숙하고 익숙한 듯하지만 멋적은 곳이다.
이곳은 일본에서도 외진 곳이다.
오미야 시에서 전철을 타고, 여섯번째 역인 기타도시역에서 내렸다.
어젯밤 이야기다.
12시가 넘어 도착한 역에서 택시를 탔다.
비싸다는 느낌이다.

어제 아침 11시에 일어났다.
전날의 올림픽 축구경기를 늦게까지 본 탓이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일본에 간다는 다짐을 했지만, 막연하다.
12시 30분 머넨드라 조시와 밀런 그리고 네팔인 친구 순일
머넨드라의 부인이 정성껏 차려준 아점을 함께 하였다.
형님을 찾아 인사를 하러 갔으나 조카와 만나 이야기를 전하고 돌아섰다.
몇몇분에게 전철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일일이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가 민망하다.
사실 떠나는 것이 일상인 내가 떠난다는 인사를 하러 다니는 것도 좀 우습기도해서
이번 여행에는 인사를 삼가기로 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몇몇분에게 인사를 나누기는 했지만...,
심병호 선생님에게서 제일 먼저 전화가 왔다.
안부인사를 마치고 이창은 형과 통화하였고, 황기수의 메시지를 받았다.
3시 20분경 인천공항행 리무진에 올랐다.
리무진에 오르기 전에는 뿌자레스토랑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네팔인 친구 순일, 그리고 밀런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4시20분쯤 공항에 도착했다.
머넨드라와 짐을 보내고 탑승수속을 동시에 마쳤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시 50분에 쁘러단 수버드라를 찾아헤맸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한 시간과 쁘러단 수버드라가
공항에서 떠나야 하는 시간은 너무 만나기 어려운 시간이다.
우리는 곧바로 세관검색대를 통과했고
수버드라가 탑승하는 9번 게이트를 찾았다.
머넨드라와 나는 약간의 에티켓을 무시할 수밖에 없이 된 것이다.
그러나 만나지 못했고 탑승자를 확인하고
밀런이 건네준 선물로 생각되는 볼펜을 공항직원에게 전하는 것으로 족했다.
머넨드라와 나는 오랜동안 기다려야 했다.
중간에 나는 김치와 전통한과를 조금 샀다.
일본에 있는 뿌자와 내 친구들을 만나면 전해주기 위해서다.
쿠키도 조금 샀다.
기다리는 중에 밀런과 뿌자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6시부터 탑승은 시작되었고 6시 30분 이륙했다.
나리타행! 순간 역사적 사명을 생각하듯 사색에 잠겼다.
내 일생에 무슨 일이 또 생겨날 것인가?
독립운동가들은 이 먼 길을 어찌 그리 활발히 다니셨던가?
또 한편의 드라마를 떠올렸다.

고독을 가슴에 안고
고독을 찾는 나그네가
나리타 에어포트 제2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8시50분쯤이다.

배가 떠난다.
떠난 지점은 있지만,
가는 길에 대한 기약은 없다.

내가 그렇구나.
배가 항구를 떠나듯 나는 서울을 떠난 것이며
한국을 떠난 것이다.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사람의 일생과 오늘 하루가 무엇이 다른가?

언제나 우리는 따났지만,
우리는 날마다 떠나고 있는 자신을
일상의 족쇄에 철저히 묶어두었다.

하지만, 날마다
떠나는 줄 아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하루하루가 떠남의 연속임을 알리라.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서 1,000엔을 환전해서 전화를 했다.
뿌자와 일본에 아는 사람에게...,
머넨드라는 그의 친구와 통화하고 갈 길을 잡았다.
동행인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편안함을 주는가?

나리타에서 오미야행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환전을 했다.
두 사람의 버스이용료가 5,500엔이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나서 오미야에 도착했다.
버거운 짐을 챙겨 오미야 역에서 우리는
다시 1인당 160엔을 내고 표를 사서 20호선 기차를 탔다.
짐은 우리를 너무나 힘들게 했다.
오미야역에서 여섯정거장을 지나서 기타도 역에서 내린 것이다.
우리가 기타도역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10분
다시 뿌자에게 전화를 했다.
반가운 음성 하지만 나는 바로 머넨드라에게 전화를 건네고 갈 길을 재촉했다.
잠시 후 기차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택시를 타고
10여분 거리에 있는 토도시 비조기 세븐일레븐이 있는 곳
바로 밀런의 여자친구 뿌자네 집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전화를 해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머넨드라의 재수씨와 만났다.
도착하자마자 힘든 몸에 찬물을 마시고
곧이어 내온 저녁식사와 머넨드라가 한국에서 사온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네팔기록사진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잠을 청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니, 뿌자가 와 있었다.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세수를 하고 인사를 해야하는 건데,
잠결에 인사를 하고 세수를 했다.
초면에 결례다.
밤새 지친 몸이었을텐데 그는 정성을 다했다.
고마운 마음이다.
뿌자와 함께 있는 두 사람의 네팔인은 일을 나가고
머넨드라는 니가타의 동생과 짧은 통화를 했다.
나도 잠깐 머넨드라의 동생 디퍽과 통화하고 만날 것을 기약했다.
7시 40분이다.
한국에 밀런이 메신저에 접속했다.
무사하게 도착했으며 잘지내길 서로 바라는 인사를 했다. 
머넨드라는 샌드우치 한쪽을 먹고는 곧 출발했다.
갈 길이 멀었던 것이다.
머넨드라가 가고 뿌자와 나는 둘이서 근처에 대형 할인마트 혹은 수퍼마켓을 찾았다.
뿌자는 쇼핑을하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겠다고 했다.
야근을 한 몸인데 낯선 이방인의 방문을 반겨주는 이 너무 고맙다.
누구라 이렇듯 행함이 있을까?
형제애 그 이상이다.
절박한 인간애 상실의 현장에서 살다가
나는 네팔인 친구들을 통해서 그러한 인간애를 회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야채와 과일 빵을 바구니 가득 산 후,
곧 집으로 돌아와 반찬을 조리하고 식사를 했다.
한국에 큰 누나들처럼 근처를 여행할 때 주의할 점들을 일러주고
집안 단속을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를 세심하게 일러주고
급할 때 전화하라며 동전을 용도별로 쥐어준다.
1,000엔을 손에 쥐어주며 필요할테니 꼭 보관하란다.
네게는 얼마간에 경비가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이래도 되는가?
어서 일자리를 구해야 이러한 결례 아닌 감사함에 답을 할텐데...,
그렇게 만사형통의 길을 일러주고 그때서야 뿌자는 잠자리에 들었다.
시간은 12시 30분이 넘었다.

나는 곧 밖으로 나가 두 시간여 동안의 여행을 했다.
상점을 찾고 주변을 확인하는 여행이었다.
지형지물을 습득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하면 정확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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